공군 “순직 조종사, 민가 피해 막으려 비상 탈출 안해”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 살고 싶다고…”

입력 : 2022-01-13 11:43/수정 : 2022-01-13 12:57
고(故) 심정민(29) 소령. 공군 제공.

지난 11일 KF-5E 전투기 추락 당시 순직한 고(故) 심정민 소령(29)이 민가를 피하려고 일부러 비상 탈출을 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현재까지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 조종사는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100m)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 전투기는 11일 오후 1시43분쯤 수원 기지에서 정상 이륙 후 상승하던 중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들어왔고 기체가 급강하했다. 심 소령이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 기지로 선회하던 중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로 발생했다. 그는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트(탈출하다)’를 선언하며 비상 탈출 절차를 준비했다.

당시 심 소령이 비상 탈출을 선언하고 추락까지 10초가량의 시간이 있었고 이는 탈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해당 전투기 비상 탈출 장치는 2013년 교체한 신형으로 전투기의 속도와 고도에 무관하게 장치를 작동하기만 했다면 곧바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 소령은 민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종간을 계속 잡고 있었고 회피 기동 중 민가 인근 야산에 충돌했다. 당시 기체가 급강하던 상태에서 심 소령이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이 비행 자동 기록 장치에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고인은 작년 11월에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심 소령은 공사 64기로 2016년 임관했고 F-5를 주 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평소 전투 조종사로서 자부심이 남달라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영결식은 유족과 동료 조종사 및 부대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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