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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된 ‘깐부 할아버지’…“나 스스로에게 ‘괜찮은 놈’이라고 말해”

연기 인생 55년…연극 무대에서 잔뼈

한국인 배우 최초로 9일(현지시간)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 넷플릭스 제공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55년간 연기를 해 온 원로배우 오영수가 9일(현지시간)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뒤 내놓은 소감이다. 1967년에 극단에 있던 친구의 말에 솔깃해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날 K콘텐츠 최고의 ‘월드스타’가 됐다.

오영수는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그가 연기한 1번 참가자 오일남은 뇌종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노인이다. 게임의 설계자이면서 유일하게 극에 온기를 불어넣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각자 살기 위해 남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상황에서 “깐부끼리는 네 것 내 것 없는거야”라는 오일남의 대사는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골든 글로브는 오영수를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 배우로 첫 손에 꼽히는 배우로, 넷플릭스의 흥행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첫 골든글로브 수상 후보에 올랐다”며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연기상을 받았고, ‘동승’(2002) 등 영화에도 다수 출연한 베테랑”이라고 소개했다.

오영수는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다. 1987년부터 20여년 간 국립극단을 지키며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을 비롯한 많은 영화에 스님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오영수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얻은 뒤에 오영수가 남긴 겸손한 말들을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오영수는 연극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해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면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드라마 흥행 이후 치킨 프렌차이즈에서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깐부’라는 대사가 광고에 활용되면 작품의 의미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평생을 묵묵히 연기해온 그가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업계가 오래도록 건재해 온 원로배우들에게 충분히 다양한 역할을 맡기고 그 가치를 인정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영수라는 배우가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해외에서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며 “TV 등 익숙한 플랫폼에서 연령대가 있는 배우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소비했던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에서 주연 역할이 주어졌지만 상을 줬다는 건 연기에 충분히 의미 부여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을 때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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