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더 나아갈 수가 없다. ‘노’(No) 다.”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보수언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사회복지 예산 법안’(Build Back Better·BBB)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가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큼 분명한 어조의 반대였다.
외신들은 즉각 ‘맨친이 바이든에게 치명타를 입혔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백악관에서도 젠 사키 대변인 명의 장문의 반박 성명이 나왔다.
사키 대변인은 “맨친 의원의 발언은 이번 주 대통령 및 백악관과 협의해온 내용과는 다르다.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입장 번복”이라고 비판했다. “맨친 의원은 인슐린 비용으로 매월 1000달러를 지불하는 가족들, 아동세액공제로 빈곤에서 벗어났던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반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 동료 상원의원들과의 약속 위반”이라는 거친 표현도 썼다. WP는 “이례적이고 맹렬한 성명”이라고 묘사했다.
맨친 의원이 사회복지 예산 법안을 반대한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만, 이날 인터뷰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맨친 의원은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법안을 폐기하기 30분 전 백악관에 보좌관을 보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백악관은 즉각 맨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그를 막으려 했지만, 맨친 의원은 전화를 거부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불신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지난주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1조8000억 달러를 제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맨친의 (제안) 문서를 공개할지 토론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제시했지만, 맨친 의원 등이 반대해 이를 2조 달러 수준으로 감축했었다. 그런데 맨친 의원은 최근 이를 다시 1조8000억 달러 수준으로 수정한 법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를 맨친 의원의 중재안으로 보고 내년 초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선 맨친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맨친과 이러는 게 몇 달째다. 맨친 의원이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와 미국의 일하는 이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다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반대표를 던지게 하자”고 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맨친이 당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은 다시 한번 심한 손상을 입게 됐다. WP는 “(이번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능력 한계와 민주당의 취약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맨친의 놀라운 결정은 바이든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겨줬다”고 했다.
실제 최근 미국의 한 심야 토크쇼 진행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의 진정한 대통령은 맨친이냐 바이든이냐”며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CNN은 이날 “미국인 3명 중 2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공화당(92%)뿐만 아니라 무당층(75%)에서도 그에 대한 리더십에 회의가 높았다.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리더십 불만이 36%나 됐다.
CNN은 “응답자 72%가 인플레이션 대처를 제대로 못 하고 있고, 45%는 바이든 대통령 정책으로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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