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중부를 휩쓸고 지나가 사상자가 속출했다. 켄터키주 사망자만 1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피해지역에 연방 자원을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워싱턴포스트 11일(현지시간) 아칸소, 일리노이, 켄터키, 미주리, 테네시, 미시시피 등 중부 6개 주에서 최소 37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데릭 밴덤 CNN 기상캐스터는 “토네이도가 이미 230마일(370㎞)을 이동하며 경로상 피해를 줬고, 앞으로도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이동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네이도가 한 번에 5개 주 이상을 강타한 것 역시 처음이다.
기상학자인 제프 마스터스는 “기상학자로 일한 40년 동안 가장 충격적인 기상 사건”이라고 했다.
앤드루 버시아 켄터키주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소 7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수는 오늘이 지나기 전 100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남서부 그레이브스 카운티 메이필드시에서는 양초 공장 지붕이 토네이도로 무너지면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토네이도 강타할 때 약 110명이 공장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시아 주지사는 “약 40명이 구조됐다.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이필드시가 역대 그 어떤 마을보다도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토네이도였다”며 “서부 지역 마을의 절반이 사라졌다. 폐허의 수준이 (그동안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건물 잔해,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진 나무, 전봇대 등으로 메이필드 시 중심가가 위험한 미로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뒤틀린 철판, 무너진 전선, 부서진 차량이 도시라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지어 있다”고 했다.
WP는 “메이필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집을 통째로 잘라냈고, 파편을 3만 피트(9144m)까지 올려보냈다. 최상급 강도”라고 분석했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토네이도가 도시를 성냥개비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아칸소주에서도 87병상 규모 요양원이 토네이도로 붕괴돼 최소 1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중상을 당했다. 당국은 이 요양원 건물에서 매몰자 20여 명을 구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벽이 무너지고 지붕이 떨어져 나갔다. 직원들이 베개로 요양원 거주자들 머리를 덮었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물류센터 일부가 붕괴해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전력망도 끊기면서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NYT는 테네시주에서 14만5000가구, 켄터키에서 7만8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WP는 “통상 12월에는 에너지 공급원인 따뜻한 공기가 없어 강력한 토네이도 발생이 드물지만, 최근 중서부 지역 한랭전선에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거대 토네이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과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 등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연방 자원 투입을 지시했다. 디엔 크리스웰 FEMA 청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명 피해 규모, 긴급대응 요원과 물을 비롯한 필수 물품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됐는지 모른다. 비극”이라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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