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르면 2023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해역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을 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지하 터널로 오염수를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닷속에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도쿄전력은 해저터널을 뚫어 해수에 희석한 오염수를 해저로 방출할 계획”이라며 “9월부터 현안조사에 들어간 뒤 해저터널의 설계 방안을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도쿄전력은 원전 폐로 과정에서 발생한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 127만t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서 처리한 뒤 부지 내 탱크 1000여곳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다. 오염수가 폭증하자 도쿄전력은 지난 4월부터 구체적인 처분 방법을 검토해왔고, 삼중수소를 해수에 희석한 뒤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계획대로라면 방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음용수 기준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9월부터 지하터널 설치를 위한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삼중수소를 법정 기준인 40분의 1 이하로 희석한 뒤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해저 암반조사와 설비 공사, 원자력규제위 허가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3년 봄부터 본격적인 방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 계획이 결정되면서 주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시 히로시 일본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이날 “정부는 방출 행위가 안전한지, 외국에 방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는다”면서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관계 각료회의를 갖고 해양 방류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코바야카와 토모아키 도쿄전력 사장도 “방류에 대한 풍문을 최대한 억제할 뿐 아니라 손해가 생겼을 경우 배상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NHK는 “방류에 관한 풍문으로 인해 냉동 수산물의 판매량이 줄거나 가격이 떨어지면 기금을 이용해 수산물을 매입하고, 가격이 회복되면 수산물을 시중에 재판매할 계획”이라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급식이나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일대를 ‘귀환곤란지역’에서 해제할 방침이다. 이달 말 원자력재해대책본부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주변 마을 6곳 27.5㎢ 일대에 집중적으로 오염을 제거하고 인프라를 정비할 계획이다. 계획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면 방류시기와 비슷한 2023년 봄에는 이 지역을 피난지시 및 귀환곤란지역에서 해제할 방침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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