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중압감이 존재한다.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시몬 바일스(24·미국)와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각각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기권과 충격패를 한 뒤 ‘정신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행사인 올림픽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비난보다는 찬사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바일스는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첫 종목인 도마에서 저조한 성적 받은 뒤 나머지 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을 포기했다. 바일스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체조 선수로 평가받는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기계체조 6개 종목 중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전종목 6관왕 석권을 노렸기에 그의 기권은 충격이었다.
바일스는 경기 후 심적 압박감으로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정신건강에 집중해야 했다”며 “그 어떤 때보다 지금 스포츠에서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선수일 뿐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며 “가끔은 물러서야 할 때가 있고 오늘 경기를 뛰면서 바보 같은 짓을 해서 다치고 싶지 않았다. 많은 선수가 목소리를 내줘서 나도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바일스가 언급한 ‘목소리를 내준 선수’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다. 오사카는 지난 5월 프랑스 오픈에서 자신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거부해 논란에 중심에 선 바 있다. 이후 대회를 기권하며 “다른 선수들이나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기권이 최선인 것 같다”며 “2018년 US오픈 우승 이후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오사카의 결정에 미국 테니스 전설 윌리엄스 자매, NBA 스타 스테판 커리, 자메이카 육상 영웅 우사인 볼트 등 스포츠 전설들이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사카 역시 이날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 파크에서 열린 테니스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체코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에게 0-2(1-6 4-6)로 충격패를 당했다. 그 역시 “분명 많은 부담이 있었다”며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엘리트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토로에 비난보다는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미국 체조선수 앨리 레이즈먼은 NBC방송에서 “바일스도 인간”이라며 “가끔 사람들은 그걸 잊는다”고 지지했다. 미국 유니세프는 “정신건강을 우선시해도 좋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바일스에게 감사하다”고 응원했다. 일본 테니스의 전설 니시코리 게이는 “오사카가 많은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첫 올림픽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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