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태권도의 이다빈(서울시청)이 은메달 수확과 함께 올림픽을 마치면서 상대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눈앞에 들어온 금메달을 놓쳤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자신을 이긴 상대를 먼저 축하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스포츠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이다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7대 10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다빈은 경기 직후 헤드기어를 벗고 자신에게 고개 숙인 만디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후 두 선수는 서로에게 다가가 웃으며 인사를 나누면서 손을 마주잡았다.
경기 후 이다빈은 “이 큰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알고 있다”며 “(상대) 선수를 축하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더 많은 간절함이 있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 같다. 그 선수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서 은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회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국 태권도는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노골드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다빈은 세계 태권도 전력의 평준화 흐름 속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지켜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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