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명 영어로 쓰시오’ 서울대 청소노동자 죽음에 폭발한 청원

왼쪽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오른쪽은 지난 2019년 당시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제공

서울대학교에서 50대 청소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소 노동자 휴게공간을 보장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재조명받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1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에만 간헐적으로 지적돼 왔다”며 “이제는 하루 이틀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흩어지는 것 이상의 논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했다.

청원인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 존중 사회로 가겠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휴식권, 그것도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식사와 용변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청사나 대학과 같은 공공건물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이 공공연하게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는데, 도대체 사기업에서 어떤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오겠나? 그저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청소 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공간이 비좁아 근무시간 내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 달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냉난방과 환기, 편의시설을 보장받도록 모든 공·사 건물주에 강제해 달라”며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라고 촉구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이 청원은 7일 오전 10시 현재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이 알려지며 동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로 근무하던 A씨(59)는 지난달 26일 교내 휴게실 침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동료와 유가족은 A씨가 평소 지병 없이 건강한 편이었으며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갑질에 따른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7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A씨 등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근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치르며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이들에게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개관 연도, 건물별 준공 연도 등을 묻는 필기시험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시험 후에는 채점 결과를 나눠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8월 60대인 A씨가 휴게실에서 휴식 중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평소 앓던 심장질환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열악한 휴게공간이 그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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