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전망…백신 협력 ‘맑음’, 북한·중국 문제 ‘흐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4명 전화·이메일 인터뷰
백신 낙관론…‘직접 확보냐, 위탁생산이냐’는 ‘안갯속’
“文대통령, 빈손 귀국하면 엄청난 비판…미국, 도울 것”
“미국, 백신 지원하며 한국에 정치적 조건 달지 말아야”
“한국, 북한 대북제재 위반 경시…제재 완화만 요구”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 견제’ 없으면 한국에 나쁜 영향”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백신 협력이다.

현재까지의 전망은 밝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백신 확보와 관련한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지원받는다면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또 미국과의 백신 협력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문 대통령은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이 미국 정부나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모더나로부터 백신을 직접 공급받을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CMO) 하는 방식으로 결정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장밋빛 관측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북한·중국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 정상 사이에 이견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고 강조하겠지만, 북한 해법의 우선순위를 놓고 한·미 간 입장 차이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마무리한 새로운 대북정책의 큰 틀에 대해선 한·미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정책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 접촉을 마친 사람들은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실내·실외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난 13일 권고해 한·미 정상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이후 문 대통령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열렸던 스가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두 장의 마스크를 겹쳐 썼었다.

국민일보는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클링너 선임연구원, 가우스 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 등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외교 소식통 4명과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 중 한 명은 백신 상황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워싱턴까지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경우 엄청난 비판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미국도 이런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백신 협력과 관련해 한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이수혁 주미대사가 ‘6월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며 “이 발언은 백신 협력과 관련해 한·미 간 물밑조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이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었던 지난해 4∼5월 한국이 미국에 진단 키트와 마스크 등을 긴급 지원했다”면서 “한국이 미국을 도왔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 없이 한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CNN방송의 보도를 거론했다. 그는 “그 보도가 사실일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에 먼저 백신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동맹국들은 힘들 때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백신 협력 요구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우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백신을 지원해도 미국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야당인 공화당도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비판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한국을 돕는 데 있어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가우스 국장은 그 이유로 “미국 정부는 넘칠 만큼의 백신을 확보했고, 미국 국민들 중에서는 여러 이유로 백신 접종을 자의로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가우스 국장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백신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면서 중국 견제 목적의 ‘쿼드’ 가입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오히려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 지원에 대한 약속을 하더라도 공급 물량과 시기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생색내기용’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의 공식 행사에서는 한·미 양국의 오랜 동맹 관계와 서로 공유하는 가치들이 강조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공개되지 않는 대화에서는 한·미 간 정책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과 열악한 인권 상황, 그리고 계속적인 위협을 경시하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민간 차원의 남북 인도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제안들은 유엔의 대북제재나 미국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이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 없이 그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조급하게 북한에 양보를 제안하려는 것을 억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미·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와 홍콩·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 등이 명시됐던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 관련 부분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정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축소 실시됐다”면서 “미국은 전환 조건이 충족된 이후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우스 국장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해법을 놓고 의견 차이가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나는 대북 제재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서도 한·미의 생각이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우스 국장도 문재인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가우스 국장은 또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미·일 ‘3각 공조’가 절실하다”면서 “문재인정부는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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