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런 계획을 가진 적도 없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야당의 공세를 반박했다. 남북 정상 간 주고 받은 USB 공개 요구에는 “공개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현실성이 없는 그런 이야기가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이 자체 검토 내용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해명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 실무진이 만들었고 또 검토됐는데, 산업부 외부로 보고되거나 나간 적은 없고 내부 논의과정을 거친 뒤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폐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의 해명을 믿느냐고 거듭 묻자, 정 총리는 “믿는다. 제가 산업부 출신 아니냐”고 답했다. 정 총리는 노무현정부 때 산업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정 총리는 또 권 의원이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USB 공개 용의가 있느냐”고 질의하자 “정상간 주고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외교 관행이고 국익에 합치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는 부동산 가격 폭등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홍 의원이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에 부동산이 폭등했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은 안정됐다. 왜 그렇다고 보느냐”고 묻자 정 총리는 “부동산은 공급 의지가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공급이 성사되지 않는다. 5년, 10년 전부터 어떻게 공급 대책을 세워왔느냐에 따라서 실질적으로 공급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탓하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고, 정 총리는 “수년 전 공급 계획 세워놓은 게 지금 실제로 공급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이적행위’라고 지적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정계 은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풍 색깔론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 같다”며 “대한민국 정치에 더 이상 김종인을 위한 역할과 자리는 없을 듯하다. 진정한 보수 혁신을 위해 정치적 소임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 선동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 김 위원장을 맹비난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김 원내대표의 도발에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니까 신경쓸 필요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상헌 박재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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