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포괄적투자협정 체결이 임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협상 막판 EU 일부 국가가 중국의 강제노동을 문제 삼아 연내 타결이 물건너가는 듯했지만 EU 27개 회원국은 결국 만장일치로 협정 체결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협상 상황을 잘 아는 EU 외교관을 인용해 “EU 협상 담당자는 회원국 대표들에게 ‘중국과의 협상에서 노동 기준을 포함해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지난 2주 동안 탄력을 받은 이 협상은 48시간 내에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협상 걸림돌이었던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서의 강제 노동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어떤 개선 방안을 약속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측의 공동 노력하에 협상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으며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협상이 조속히 결실을 거둬 무역 협력의 제도적 틀을 굳건히 하고 양측 기업과 인민에 이익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EU 투자협정은 중국과 EU 27개 회원국 사이에 개별적으로 체결된 24개 이상의 상호 투자조약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은 중국의 투자 허가 요건, 특정 분야에 대한 외국인 소유 금지 등 시장 진입 제한을 없애기 위해 이 협정을 추진했다. 협정이 체결되면 유럽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보다 유리한 투자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CMP는 “유럽 기업들은 통신, 금융,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전례 없는 시장 접근권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중·EU 투자협정은 경제적으로는 EU가 득을 보는 구조다. 그러나 외교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을 한 방 먹였다는 평가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연합 전선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EU와의 연계를 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취임하기도 전에 대중 구상이 어그러진 셈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노아 바킨은 SCMP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집권 4년 이후 EU는 중국과 관련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협정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을 어둡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의 최대 승자는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에릭 브래트버그 유럽프로그램 국장도 “중국과 협상을 완성하려는 EU의 막판 노력은 이미 워싱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 측은 중·EU 협정 체결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제이크 설리번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중국의 경제 관행에 관한 우려를 놓고 유럽 파트너들과 초기에 협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EU를 향해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기 전 미국과 먼저 협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EU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협정 체결을 승인했다고 해도 절차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중·EU 투자협정은 일부 EU 국가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앞서 프랑스와 폴란드는 중국의 강제 노동을 문제 삼아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유럽에서 반중 감정이 거세진 것도 의회 비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과 관련해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해왔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