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때 두 번의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한 권고가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유권자들을 향해 우편투표와 현장투표에 모두 참여하라고 제안한 것인데, 선거 진실성을 해치고 불법을 조장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우편투표에 서명하고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보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일이나 조기투표일에 투표소로 가서 자신의 우편투표가 제대로 집계됐는지 확인해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우편투표 사실이 파악된다면 현장투표가 불가능하고, 이는 우편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집계되지 않았을 경우 현장투표에 참여하라고 제시했다.
이 경우 투표용지를 담은 우편이 현장투표 후에 도착하더라도 이미 현장투표를 했기 때문에 우편투표는 개표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우편투표에 미리 참여하되 선거일에 투표소를 방문해 자신의 우편투표 여부가 제대로 등록됐는지를 확인하고, 등록되지 않았을 경우 현장투표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 제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전면적인 우편투표를 도입하면 ‘사기선거’ ‘부정선거’가 될 우려가 높다며 반대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 권고는 당장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민주당 소속인 조시 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법무장관은 “대통령이 선거 혼란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법을 어기라고 제안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투표하되 2번 투표는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법상 두 번 투표하는 것은 중죄에 해당한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너 네설 미시간주 법무장관도 트위터에 “이런 시도를 하지 말라. 내가 당신을 기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유권자 사기를 금지하는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권고를 따르면 투표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부재자투표 우편이 선거일 3일 후까지 도착하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데, 만일 선거일 이후 우편이 도착할 경우 선거 당일에는 해당 유권자가 부재자투표를 했음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발언의 진위가 “우편투표가 제대로 집계되는지 확인하자는 검증에 방점이 있다”면서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제기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불법적인 일을 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불법선거 조장이 아니라 우편투표를 검증하자는 것”이라고 방어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전날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우편투표가 부정에 취약하다는 신념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우편투표의 전면 도입은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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