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8일 지난주 부산 침수 상황에서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법적 의무는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말라‘는 부산 지역 주민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방송정책의 총괄 사령탑이 일방적으로 KBS의 편을 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난은 현장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정확한 대피 요령 등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다만 “부산 시민이 느끼기에는 KBS 보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기상청 등에서 나오는 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하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원론적 답변만 했다.

지난 23일 밤 부산 지역에는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KBS는 밤 9시 1TV ‘뉴스9’ 톱으로 경남 지역 호우특보를 짚어주긴 했지만 한 꼭지에 그쳤다. 두 번째 꼭지인 ‘내일까지 전국에 장맛비…강원 영동 최고 400㎜’ 기사는 부산·경남이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기상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가까웠다.
KBS가 재난방송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23일 밤 11시30분 방송하는 KBS 1TV ‘뉴스라인’을 통해 약 20분 동안 부산 침수 상황을 전했고, 지역 방송에선 24일 0시13분쯤부터 23분까지 10분간 2차 특보를 진행했다. 전국 특보는 24일 오전 1시부터 25분간 전파를 탔다.
그러나 사망 속보가 전해지기 시작한 24일 오전 0시30분쯤 전국적인 특보 체제로 곧바로 전환하지 못하고 음악방송 ‘올댓뮤직’을 방송했다는 점에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KBS는 재난방송 대응 단계에 따라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재난방송 1단계에 해당하는 ‘하단 스크롤’ 자막 방송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 밤 10시20분부터는 TV 화면 우측 상단에 각 지역 특보 발효 상황을 전달하는 데이터 자막 방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난방송사로서 충분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부산지역에서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는 최근 20년 중 역대 5번째로 많은 양인데, 이 정도 수준의 재난 방송으로 잘 대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KBS 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반나절 만에 약 4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원장이 KBS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위원장의 KBS 편애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 수신료 인상 필요성에 동의하느냐고 질의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광고를 비롯해 몇 가지 규제 완화만으로는 현재 지상파의 어려움을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근본적으로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오보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KBS의 수신료 인상 발표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큰 상황에서도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의 원인으로 경영난을 꼽고 있다. 근데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인건비다. KBS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18년 기준으로 무려 51.9%에 달했다. KBS 전체 직원은 53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KBS 수신료는 사실상 강제로 징수되고 있다. 지난 국회에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럿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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