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거주 중인 강모(여·23)씨는 화상면접을 통해 면접관을 만났다. 화상통화 프로그램을 띄운 노트북 앞에 앉아 자기소개를 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했다. 면접이 끝난 후 정장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돌아가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강씨는 “지방에 살다보니 면접을 보기 위해 수도권까지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화상면접으로 교통비도 아끼고 육체적 피로감도 덜었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화상면접’이라는 대안이 등장했다. 기업이 내놓은 궁여지책에 구직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종업원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6개사 중 27.8%는 올해 상반기 채용을 축소하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한 명도 뽑지 않기로 결정한 기업은 8.8%, 채용을 줄이는 계획을 세운 기업은 19.0%였다.
이 조사는 지난달 5일에서 19일 사이 진행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한 기업의 영향을 일부만 반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기업 고용시장은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1일부터 세자릿수씩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 일부 기업들은 ‘언택트 채용’을 발표했다. 직접 구직자들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그들과 눈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라인플러스는 지난 10일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전 절차를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서 접수부터 코딩 테스트, 2번의 면접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화상면접을 통해 이미 경력직 구직자를 만난 LG전자도 있다. LG전자는 이달 진행한 경력직 채용 과정 중 실무면접 절차를 화상면접으로 진행 중이다. 경력직 구직자는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등 2차례의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임원면접의 화상면접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도 진행 중인 경력직 채용과 신입사원 수시채용 과정의 대면면접을 모두 화상면접으로 대체한다. 이전에는 해외에 체류 중인 구직자의 면접에만 화상면접을 활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연기를 발표한 기업은 많지만 화상면접 등의 대안을 제시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화상면접이 대면면접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용을 무기한 미루기 어려우니 진행하는게 아니겠냐”며 “그래도 이 기회에 화상면접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추후에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화상면접을 경험한 정모(25)씨는 “함께 일할 동료를 미리 만나거나 사무실을 구경하지 못해 아쉬웠다”면서도 “준비했던 사진이나 표 등 시각적 자료를 보여주기에는 화상면접이 더 수월했다”고 평가했다. 스터디룸을 빌려 화상면접을 본 이모(여·24)씨도 “면접장에서는 타 지원자와 비교하게 돼 주눅 들곤 했다”며 “면접관과 오롯이 둘만 있는 느낌이라 긴장이 덜 됐다”고 했다. 한편 정모(28)씨는 “채용 가뭄에 단비 같긴 하지만 화상면접으로 채용인원 자체가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기대감이 크지는 않다”고 채용 감소에 아쉬움을 표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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