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병상 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의사결정이 늦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중대본 ‘투 트랙’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방대본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역학조사와 진단 검사 등 방역 활동에 집중하고 중대본은 행정적 지원을 하는 식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휘하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국무총리 주재의 중대본으로 격상했다.
정세균 총리가 대구에서 머무른 지 5일로 10일째를 맞지만 사태에 대처하는 속도는 너무 늦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병상 부족 문제는 한참 전부터 예견된 것임에도 중대본이 꾸물대다가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중대본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1800여명이 여전히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주말까지 2000명을 생활치료센터에 수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확진자 발생 추세로 볼 때 병상 부족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화 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증 환자는 특정시설에서 자가 격리 하고 의료진이 가서 진료해주면 병상 확보를 할 수 있다’는 구체적 제안도 했다. 대한감염학회 등은 지난달 19일 긴급 심포지엄에서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중증환자만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중대본은 일주일 넘게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자가 격리 중 사망자가 잇따르자 지난 1일에서야 환자 분류와 생활치료센터에 관한 대책을 발표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과거에는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가 한명 나왔다고 하면 그 다음 날로 대책이 나왔을텐데 이번에는 속도가 너무 늦다”며 “지역사회 유행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다음 주가 고비’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생각하기에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 인식이 발목을 잡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본이 뒤늦게 확보한 병상 가운데는 정부와 군 시설이 포함돼 있다. 총리가 지휘하는 기구가 민간시설도 아닌 정부 시설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중대본은 어린이집과 사회복지시설 등의 휴원을 오는 8일까지에서 22일까지로 추가 연기하는 결정도 이날이 돼서야 내렸다. 교육부가 지난 2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을 2주 더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어린이집 부모들은 ‘빨리 결정을 해야 대책을 마련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총리 팀과 질본, 대구시 등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조직 간 조율에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면서 “앞으로 질본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계 개편이 될텐데 대구에서 왜 신속한 결정이 미뤄졌는지에 대해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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