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신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제 일괄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모든 EU 회원국에 최저임금제를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이들 국가의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피터 훔멜고르 덴마크 고용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평균 임금이 낮은 EU 회원국의 임금 인상을 지지하지만,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개별 국가의 단체교섭 모델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0년 넘게 노동조합과 고용주간 교섭에 따라 임금 규모를 결정해온 덴마크의 평균 시급은 2018년 기준 43.5유로(약 5만6000원)로 EU 회원국 28곳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덴마크에서의 최저임금은 15파운드(약 2만2000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노사 교섭으로 임금을 정하는 핀란드와 스웨덴 역시 다른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편이다.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 정부는 이러한 점을 앞세워 새로 출범한 EU 집행위원회에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노사 교섭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담보하는 회원국에는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리제트 리스고르 덴마크 노조 연맹 대표도 보편적인 법정 최저임금이 적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서 EU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다면 덴마크 노동자 대부분의 적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해주고 있는 단체협상 모델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EU 회원국에 공동으로 적용할 최저임금제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한다. EU 집행위원회는 각 회원국의 평균 급여의 60%를 최저임금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트 EU 집행위원은 “EU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겨우 먹고살 만큼만 돈을 벌고 있다”며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정 최저임금 없이 노사 간 단체 교섭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EU 회원국으로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키프로스 등 6개국이 있다.
28개 EU 회원국 내 임금 격차는 상당하다. 예를 들어 불가리아의 최저 임금은 월 286유로(약 37만원)에 불과하지만, 룩셈부르크의 최저임금은 월 2071유로(약 266만원)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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