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부추겨 지인을 숨지게 한 20대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영환)는 현재 남자친구를 부추겨 함께 살고 있던 지인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A씨(23·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남자친구 B씨(23)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연인 사이인 A씨와 B씨는 올해 1월부터 A씨의 친구인 C씨(23)와 함께 수도권과 강원도 등의 모텔을 전전하면서 동거했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 3월14일 C씨를 둔기로 10여회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A씨도 일부 폭행에 가담하고 B씨가 C씨를 폭행하도록 부추긴 혐의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거짓말로 “C가 깡패의 사주를 받고 나를 감시하고 내 아버지의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고 속여 B씨가 폭행하도록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와 C씨는 인터넷상에서 ‘가상소설’을 쓰면서 친해진 사이로 서로 소설 속 캐릭터를 설정하고 인터넷 채팅으로 역할극을 해왔으며 실생활에서도 역할극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C씨는 B씨에게 “내가 깡패의 사주를 받고 A를 감시하는 게 맞다”고 거짓말했고 이에 격분한 B씨가 C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을 깊이 신뢰하는 B씨에게 ‘C가 깡패와 함께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아버지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 폭행 사건을 유발했다”면서 “A씨는 평소 B, C씨와의 관계를 주도하면서 그들보다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의 범행도 A씨를 평소 믿고 따르는 B씨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진행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B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A씨가 꾸며낸 말과 가상의 대화 내용에 속아 이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에 폭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범행동기는 다소 참작할 점이 있다”라면서 “하지만 2회에 걸쳐 둔기로 무자비하게 C씨를 폭행했고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송혜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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