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KAIST)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가 적힌 신입생 면접 응원 현수막이 걸렸다.
26일 카이스트 재학생 김모(21)씨에 따르면, 문제의 현수막은 지난 25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내 창의학습관 뒤편에 설치됐다. 현수막은 경기북과학고 출신 카이스트 19학번 학생들이 27∼28일 예정된 신입생 면접에 응시하는 모교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현수막에 ‘북딱’ ‘북따닥’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가 잔뜩 적혀 있었다는 것. ‘북딱’은 ‘북’과 ‘딱’의 합성어로 노 전 대통령의 어록 중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에서 ‘북’을, “딱 말 놓고 한마디 하겠습니다”에서 ‘딱’을 따와 만들었다. 한 일베 유저가 2014년 ‘북딱’을 이용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을 만들었고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북딱’은 일베를 대표하는 용어가 되었다. 북딱은 ‘북따닥’ ‘북딱북딱’ 등으로 변형되어 쓰이기도 한다.

현수막엔 ‘탈 경기북과학고’의 줄임말인 ‘탈북’이라는 단어도 함께 적혀 있었다. 탈북을 유머식으로 사용한 것이지만 교내 북한이탈주민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모교 출신 면접 응시자를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린다”면서 “특히 과학고, 영재고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현수막을 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베 현수막이 걸렸던 창의학습관은 거의 모든 수업이 이루어질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신입생 면접도 다 그곳에서 진행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일베 현수막을 설치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들이 일베 문화에 잠식되어 그 잘못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고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일베 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논란은 25일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오면서 가중되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현수막 게시자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과문을 댓글로 남겼다. 그는 “현수막을 보고 불쾌하셨던 모든 학우분들게 죄송하다”면서 “전체적으로 다들 유쾌한 분위기의 현수막 디자인을 원했었는데 조심하지 못해서 도가 지나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베 논란에 대해서는 “현수막 문구가 일베와 관련되었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인식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몰랐다는 이유로 용서받을 순 없지만 우려하신 의도로 현수막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현수막은 29일까지 게시 예정이었으나 25일 철거됐다.
이홍근 인턴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