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재판이 광주에서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아 또다시 ‘전두환 없는 전두환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은 1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전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사만 등장했다. 그는 최근 멀쩡한 모습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후 ‘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쏟아진 것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 변호사는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도 전 전 대통령 없이 변호인 출석만으로 재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불출석을) 허가해 준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때문에 불출석을 허가해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의 본질은 1980년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라며 “그동안 불출석 상태로 아무 문제 없이 재판해 왔는데 왜 갑자기 이를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같은 날 광주지법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연 5·18 단체는 전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을 규탄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국민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전 전 대통령은 매우 건강하고 의식도 또렷하다”며 “형사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바로 전 전 대통령을 출석시켜 재판을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첫 공판기일에 피고인으로 한 차례 출석한 뒤 ‘건강이 좋지 않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