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국제 인터넷망과는 별도로 이른바 ‘독자 인터넷망’ 구축 기반을 마련한 법안이 발효됐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등은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 서명한 이 법안은 지난 1일부터 발효됐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자 인터넷망 법안은 국제 인터넷망 접속이 끊길 경우에도 가동되는 자체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을 세우고, 또 국가 인터넷망에 차단벽을 설치해 외국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도 막도록 했다.
CNN은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검열하거나 또는 단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터넷판 ‘철의 장막’을 세울 힘을 갖추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인터넷 트래픽을 통제하고 콘텐츠를 파악하기 위한 법안 목적에 따라 러시아 인터넷 업체들은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가 공급하는 특별 하드웨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정부는 웹 트래픽의 출처를 규명하고 금지된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는 DPI(Deep Packet Inspection) 기술 이용도 가능하게 됐다. 중국 역시 정부가 유해 콘텐츠로 판단한 내용을 차단하는 데 DPI 기술을 활용한다.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레이철 덴버 유럽·중앙아시아 부지부장은 “정부는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심지어 러시아 인터넷망을 폐쇄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표현의 자유와 자유로운 정보 활용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다만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암호화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의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며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터넷 고문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텔레그램을 중단하려고 했을 때 스마트 램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겨 많은 집의 불이 꺼졌다”면서도 “인터넷망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되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전문 법률가로 구성된 ‘디지털 권리 센터’ 측은 “독자 인터넷망 사업이 몇 가지 기술적 문제 때문에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정부가 적어도 2021년에 돼서야 모든 인터넷 아이피(IP)에 자체 DNS를 세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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