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아니라는데 소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임으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 말이다. 부동산 시장은 소문만으로도 술렁이고 있다. 김 전 실장이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서다.
이미 폭등을 막겠다며 부동산 규제와 대책은 나올 만큼 나온 터라 김 전 실장이 국토부 수장 자리를 맡게 된다면 어떤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5일 “시장에서는 김 전 실장이 올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장관이 되면 김현미 장관보다 더 강력한 규제로 집값 잡기에 올인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전 실장의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2011년 김 전 실장이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엿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예고편과 같다. 그의 책에서 진단하고 제시한 것들은 현 정부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우선 김 전 실장은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도달하면 정부가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 하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로 꼽은 게 세무조사, 금융 규제 강화, 부동산 세금 압박, 공급 계획 정책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했다. 일단 거래가 줄어든다. 팔 사람은 비싼 값을 기대하고 살 사람은 더 떨어질 것을 희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정부의 1기 국토부를 이끌고 있는 김현미 장관은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중심으로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값 폭등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놨다.
2017년 6·19대책과 8‧2대책, 지난해 9‧13대책까지 국토부는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부터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증대, 신DTI 및 DSR 등 주택 거래부터 보유, 대출까지 전방위적으로 규제했다. 공급계획도 나왔다. 1기와 2기 신도시 사이에 3기 신도시를 구축하겠다며 예정지도 발표했다.
덕분에 한국감정원이 매주 내놓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3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의 하락폭은 더 컸다.
김 전 실장은 부동산이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디에, 무엇을, 어느 정도 규모로 지을지 등 시장 규칙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금융과 세제, 공급 규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는 거다. 가령 양도세와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수준을 결정하고 분양가 상한제, 전매금지기간, 청약제도 등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제시한 것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 때 부실한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거주하지 않는 집은 모두 등록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역시 국토부가 실행에 옮겼다.
그렇다면 김 전 실장이 국토부 장관에 오게 되면 강력하게 추진할 정책은 이중 무엇이 될 것인가. 일단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이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책에서 국가가 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시장에서 부동산이 생산 유통된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하려면 국가가 주택 공급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 후 3년이면 주택을 제공하는 싱가포르 등을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날림으로 만들어진 도심 환경을 공공 지원으로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동산 신화는 믿지 말고 공공임대주택은 선망의 주택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판자촌 철거민 운동가로 활동하던 김 전 실장의 이력을 보면 마지막 규제 카드로 꼽히는 재건축 연한 강화를 꺼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김수현 국토부 장관’은 아직 설과 추측, 소문에 불과하다. 본인도 국토부 장관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인사 교체 직후 김 전 실장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 강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도 김 전 실장의 등판론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섰다.
김 장관은 전날 국토부 간부회의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부동산 정책이 많아 책임이 막중하다”며 장관직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김 전 실장의 장관 내정설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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