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속사포 항의’와 ‘기표소 필리버스터’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소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4당에 맞서 한국당 의원들이 ‘속사포 항의’와 ‘기표소 필리버스터(의사진행 고의 저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싸웠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회의 내내 마치 랩을 하듯 속사포로 여야 4당 의원들 발언에 견제구를 날렸다. 심상정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지정 찬반을 묻는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려 하자 심 위원장 앞으로 다가가 “위원장님 독재하십니까. 독재입니까”라고 따졌다.

무기명 투표가 시작되자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기표소에 들어간 뒤 약 10분 간 나오지 않았다. 심 위원장이 “5분 안에 안 나오면 투표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독촉했지만, 김 의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나서 “정말 가지가지한다”고 비판하자, 장 의원은 다시 심 위원장에게 “기표소를 하나 더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위원장이 투표 시간까지 정할 권한이 있냐”고 따졌다. 꿋꿋이 의사진행을 이어가던 심 위원장이 급기야 “정말 시끄러워죽겠네”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장 의원이 회의 산회 전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심 위원장은 방호과 직원에게 제지를 명령했다. 그 과정에서 장 의원이 자신을 막아선 방호과 직원에게 “뭐야, 이거. 국회의원을 밀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도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②유시민 글 인용한 한국당…“자한당 반성해야” “한국당이라고 하세요” 신경전도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정개특위 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 도중 정의당 출신인 유시민 작가 책을 인용해 정의당 소속인 심 위원장을 비판했다. 임 의원은 “유 작가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보면 ‘정치인은 열정과 책임,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심 위원장도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훈수했다. 한국당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항의 성격이었다. 회의 개의 전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자한당 의원들은 반성하세요”라고 말하자 임 의원이 “자한당이라니, 한국당이라고 하세요”라고 맞받아치는 등 여야 신경전도 팽팽했다.

③“남의 보직 가로채고 행복하십니까”
정개특위에 앞서 개의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특히 최근 사·보임 논란 속에 교체돼 들어온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향한 직·간접적인 공세가 도드라졌다. 오신환 의원은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함께 사개특위 회의장을 찾아 사개특위에 자신과 교체 투입된 임재훈·채이배 의원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회의 내내 ‘불법 사보임 원천무효 의회폭거 중단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이 시작되자 임·채 의원을 향해 “남의 보직 가로채고 있어서 행복하십니까?”라고 쏘아붙였다.

④한국당의 ‘민주주의 추념’과 민주당의 ‘감자탕 자축연’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여야 희비는 확연히 엇갈렸다.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 복도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 눕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한국당은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산회 직후 소집한 의원총회를 묵념으로 시작하면서 “오늘 조종(弔鐘)을 울린 민주주의에 대한 추념”이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도 “오늘로 20대 국회는 종언을 고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 작은 저항의 물방울이 민주주의를 유린한 저들을 삼키길 소망한다”며 삭발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여의도 국회 인근 한 감자탕 집에 모여 자축연을 했다. 때마침 홍영표 원내대표의 62번째 생일을 맞아 케이크와 함께 조촐한 축하 자리도 가졌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잘 챙겨나가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튿날에도 이해찬 대표는 국회 청소 노동자와 방호과 직원에게 피자를, 홍 원내대표는 자당 소속 보좌진에게 간식을 배부했다.

⑤‘페북왕’ 조국의 ‘깨알 페북’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패스트트랙 지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지정은) 의회주의적 타협의 산물이자 촛불혁명에 참여한 주권자 시민의 요청이 법제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자평하는 글을 올렸다. 조 수석은 최근 여야 대치 정국에서 활발한 SNS 활동을 선보였다. 지난 26일 민주당이 한국당 의원 수십명을 국회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을 때에는 국회법 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 형법 136조(공무집행 방해) 등 처벌 조항을 게시해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몇 시간 전에도 한국당으로부터 “민정수석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조 수석의 페이스북은 멈추지 않았다.
이종선 신재희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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