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봉한 영화 ‘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실과 얼마나 같냐”는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는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직원 조일현(류준열)이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 설계로 유명한 번호표(유지태)를 만나 수십억원을 벌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한지철(조우진)이 등장해 조일현을 뒤쫓기도 한다.
영화에 실제처럼 묘사한 증권사와 실존하는 금감원이 등장하다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가 얼마나 현실과 비슷한지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과연 실제 여의도 증권가와 금감원은 영화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법인고객 주문을 휴대전화로 받는 장면은 ‘허구’다. 전화로 주문을 받더라도 녹취가 되는 회사 전화만 이용해야 한다. 영화 속 조일현처럼 휴대전화로 주문을 받긴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화보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 시스템이 더 많이 쓰인다.
매일 커다란 전광판으로 브로커들의 실적이 순위별로 중계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영화에서는 장 마감과 동시에 전광판에 1등 브로커의 이름과 하루 벌어들인 수익이 표시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컴퓨터에서 자신의 실적이 몇 등인지를 볼 수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조일현이 실수로 주문 착오를 내 팀원들이 십시일반 손실을 메웠던 장면은 어떨까. 이 역시 현실과는 다르다. 팀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팀원들이 갹출해 손실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찰보다 더 경찰같았던 금감원 수석검사역 한지철이란 캐릭터에도 실제와 허구가 섞여있다. 영화에서는 한지철이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일현의 집 앞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일현은 “이렇게 남의 집 앞에 함부로 찾아와도 돼요? 영장 있어요? 영장 없죠? 거기 감독만 하는 데니까 영장 없잖아요”라며 한지철을 쫓아낸다. 실제로 금감원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한지철처럼 집에 찾아가고, 수시로 감시를 하기는 어렵다.
다만 ‘특별사법경찰관’ 제도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이 되면 강제 수사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가능해진다. 5일 금감원 소셜라이브 ‘나우’에 출연한 금감원 관계자도 “특사경이 되면 통신기록 조회나 압수수색이 가능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경찰도 아닌데, 모니터나 보지 왜 왔냐’는 영화 속 대사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금감원 특사경 활동을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매도 작전을 주도하는 번호표 일당이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공장에 불을 지르거나 대표이사의 신변에 위해를 가하는 장면에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는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혐의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며 “다만 요즘 불공정거래에 조직폭력배들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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