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음주운전에 적발돼 사표를 낸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직권면직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아침에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는데 의원면직이라는 것은 사전적, 즉각적인 조처고 직권면직이 (김 비서관에게 내린) 정식 조처”라고 말했다.
별정직 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의원면직은 징계기록이 남지 않지만, 직권면직은 징계기록이 남게 된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낸 뒤 수리되면 의원면직이다. 예컨대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는 청와대 비서관은 의원면직된다. 징계 사유가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직권면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청와대는 곧 면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김 비서관에 대한 징계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는 별도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이를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권면적 처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 차량에 동승했던 청와대 직원 2명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징계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청와대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체 비서관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 파문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세를 가다듬고 더욱 분발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오전 12시35분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0%로 만취상태였다. 김 비서관은 대리운전 기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술에 취한 채 100ｍ 가량을 운전했다. 당시 차량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1명과 행정원 1명 등 여성 직원 2명이 동승한 상태였다.
김 비서관은 의전비서관실 직원이 다른 수석실로 옮기는 것이 결정돼 환송 및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했다. 김 비서관은 1차 식사 장소에 차를 주차한 뒤 2차로 이동했고, 2차가 끝난 뒤 대리운전 기사를 1차 식당으로 불렀다. 대리운전 기사는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김 비서관은 1차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대리운전 기사를 맞으러 이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승한 여직원 2명은 평창동 관사에 사는 직원”이라며 “집이 정릉인 김 비서관이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길에 두 직원을 내려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고위관계자가 동승했다는 설도 나오는 데 사실이 아니다. 한 정치인은 보안손님이 탄 것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는데 심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김 비서관이 사용한 차는 업무 특성에 따라 일부 비서관에게 제공되는 청와대 관용차로, 출퇴근 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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