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올해로 572세가 됐다. 한글날로 지정된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발간일과 일치하지 않는다. 조선 제4대 왕 세종의 한글 반포일을 정확하게 기록한 문헌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글날을 ‘한글의 생일’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한글날은 한민족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기념할 목적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이자 법정 공휴일이다.
1. 한글은 무엇인가
한글은 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표음문자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 가장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한자는 기호마다 다른 의미·독음을 가진 표의문자. 한글은 로마자처럼 자음과 모음으로 낱말이 조합된다. 다만 표기 방식에서 로마자와 다르다. 로마자는 자음과 모음을 나열해 하나의 낱말을 이룬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하나의 기호로 모으고, 그 각각의 기호로 단어를 완성한다. 19개의 초성, 21개의 중성, 11개의 받침으로 이뤄졌다.
국립국어원은 한글을 소개하는 ‘알고 싶은 한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는 사용 인구수로 볼 때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벵골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 이어 세계 1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초성 (자음 19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중성 (모음 21개)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
받침 (자음 27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ㅆ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2. 한글날의 유래
한글날은 한글의 한문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된 발간 시점을 전후로 한글 반포일을 임의로 추정해 지정한 날이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발간인은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으로 기록됐다.
‘정통 11년’은 명나라 영종 정통의 즉위 11년차를 말한다. 세종 28년이고, 그레고리력으로 1446년이다. 그해 ‘9월 상한’은 음력 9월 1~10일, 양력 9월 21~30일에 해당한다. 즉 훈민정음 해례본 발간일은 지금의 한글날과 일치하지 않는다.
훈민정음 해례본 발간일을 세종의 한글 반포일로 볼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세종은 한글 창제를 은밀하게 추진했다. 세종실록에서 한글 창제에 대한 기록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세종 28년 9월쯤 날짜를 명시하지 않고 ‘이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됐다(是月訓民正音成)’고만 기록됐다.
한글날의 첫 기념식은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 신민사의 공동주최로 서울 남대문 식도원이라는 식당에서 열렸다. 조선이 제국주의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던 당시 한글날은 민간 기념일이었다. 명칭은 ‘가갸날’.
‘한글날’이라는 명칭은 1928년부터 사용됐다. 당시만 해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지 않았고, 민간에서 사용되는 달력이 음·양력으로 제각각 달랐다. 한글날은 ‘음력 9월 그믐’으로 가정돼 양력 10월 29일로 정해졌다.
국립국어원은 “당초 ‘음력 9월 그믐’으로 설정됐던 한글날을 20일 정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금의 한글날은 10월 29일에서 20일을 앞당긴 10월 9일로 지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 태극기 게양하는 국경일,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공휴일
한글날은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과 함께 정부 지정 5대 국경일이다. 태극기를 게양할 경우 기와 깃봉 사이를 떼지 않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 밖으로 내걸면 된다.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이다. 5대 국경일에서 제헌절만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한글날은 크리스마스(12월 25일) 이전의 마지막 법정 공휴일이기도 하다. 한글날과 크리스마스는 매년 같은 요일에 돌아온다. 크리스마스 전후의 휴가 계획을 세울 때 한글날과 주말 사이의 간격을 참고하면 편리하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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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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