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완상 전 부총리 “70년 적대적 공생관계 끝내야 한다”

Է:2018-09-16 11:25
:2018-09-16 12:58
ϱ
ũ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위원장 맡아 활동 중


한완상(82) 전 부총리는 현재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올해 1월 관계 법령이 만들어졌고 지난 3월 한 전 부총리가 위원장으로 내정됐으며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3·1운동 당시 한국교회와 미션스쿨의 중추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한반도에 기독교가 없었다면, 3·1운동의 핵심인 비폭력과 평화 추구의 가치 역시 없었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
한국교회가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고 나아가 남북 화해 흐름에 맞춰 새로운 100년의 꿈을 꾸는 요즘.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층에서 13일 한 위원장을 만나 위원회 활동은 물론 기독인 원로로서 젊은 세대를 위한 신앙 조언까지 들어봤다. 고령에도 한 위원장은 90분 넘게 인터뷰를 이어가며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18일 평양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충고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 7월 발족했다. 한완상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발족식이 끝난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자료 사진

-3·1운동과 임시정부 기념사업을 위한 총 서른 네 글자, 긴 이름의 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부에 복귀하셨습니다.
“3·1운동은 99년 전에 발발한 비폭력 평화운동인데, 1919년 당시까지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반식민주의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이 평화를 내세우면서 비폭력으로 전개한 예가 없었습니다. 3·1운동이 유일했지요.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있었지만, 지주들을 살해하는 등 유혈혁명이었어요. 그로부터 2년 후 한반도에선 2000만 인구의 10%인 200만명 이상이 손에 태극기만 들고 일경의 총칼 앞에서 독립만세를 외쳤어요. 총을 맞아도 감옥에 끌려가도 폭력으로 응대하길 거부했지요. 당시 인도의 비폭력 운동가 간디와 그의 ‘절친’이자 아시아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 및 간디의 문하생 네루 등이 한반도를 ‘동방의 불빛’이라고 칭송했어요. 3·1운동으로 감동받은 애국자들은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 임시정부를 만들어 아시아 최초 민주공화제 헌법을 채택했고요. 민주공화제와 비폭력과 평화, 이 세 가지는 정말 대단한 가치입니다.”
한완상 위원장의 수첩 일기.

-당시 인구의 1.5%에 불과했던 기독인들이 만세운동의 주축이었습니다. 일제에 의해 교회도 47곳 불탔고요.
“기독교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1880년대부터로 보면 약 30여년 된 건데, 짧은 역사의 한국교회가 비폭력 평화운동의 중심이었죠. 천도교도 함께 했고요. 교회가 있는 곳마다 만세운동이 있었고, 교회가 세운 미션스쿨이 있는 곳마다 만세운동이 일어났어요. 그 전통을 지금의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 등이 잘 따라 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3·1운동 정신 이전에 갈릴리 예수의 선교 정신, 그게 필요해요. 원수를 미워하는 게 아니고 원수를 사랑함으로써 원수 내면에 똬리를 튼 악을 해체시키는 것 말이죠.”
-1980년대 해직교수 시절 미국 유니온신학대에서 본업인 정치사회학 이외에 신학을 공부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신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님 이야기부터 하고 싶어요. 대구에서 성결교회를 지키신 분들이었고,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참 따듯한 신앙인이셨어요. 1951년 1월 겨울은 유난히 추웠지요. 중공군이 개입해 1·4 후퇴로 또다시 피란민들이 부산행 열차에 지붕까지 올라타고 피난했어요. 그때 우리집은 경북 김천이었죠. 주일날 아버님이 9남매를 모아놓고 김천역에 나가 가장 어려워 보이는 피란민 가족을 데려오라는 거에요. 교회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설교를 들으신 듯해요. 역에 가보니 아이 셋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를 봤는데, 기침을 심하게 하고 너무 딱해 보여 모시고 왔지요. 부부가 한겨울에 피난하다보니 폐병에 걸린 것 같았어요. 각혈도 하고요. 당시 아버님은 초등학교 교감이셔서 관사에 방이 3개 있었는데, 이들 가족에게 방 하나를 내주셨어요. 그것도 1~2주 정도가 아니고 날이 풀리는 4월까지 석 달 동안요. 물론 우리 9남매는 한방에 몰려서 입이 나오게 됐죠. 하지만 당시 아버지 어머니는 목사님이 말씀을 증거하면 그걸 감당하기 어려워도 주님 뜻으로 알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셨어요. 훈훈하면서도 나눌 줄 아는 보수. 살아있는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과 고통을 나누면서 힐링해 주는 보수적 교회와 목회자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짜 보수이죠.”

-젊은 기독인들의 교회 이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5장엔 12년간 혈루증 앓은 여성 이야기가 나와요. 당시 율법으로는 공공장소에 여자가 남자들 틈을 비집고 나다니지 못하는데, 이 여성은 남자들 무리 속에 들어가 예수님 옷을 만졌어요. 열두 해 동안 재산을 탕진해 치료해도 자궁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질병으로 가족은 물론 사람들에게 더럽다고 버림받은 여인이었던 만큼 필사적이었죠. 예수님은 누군가 옷을 잡아당긴 것을 느끼고 돌아본 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가족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여인에게 딸이라고 불러주고, 내가 고친 게 아니고 당신의 믿음이 병을 고쳤다고 하고, 이제 진리를 접했으니 자유롭고 평안하게 가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 이게 선교이고 전도예요. 가장 낮은 자를 섬겼던 갈릴리의 예수 정신부터 회복했으면 해요.”
-18일 방북하는 문 대통령에겐 어떤 조언을 하셨나요.
“1948년 남북이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래 70년이 흘렀어요. 북한 강경 군부와 남한 냉전 세력이 한반도 긴장을 높여 결과적으로 서로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70년 적대적 공생관계를 끝내야 한다고 했죠. 한미 남북 북미 관계 모두 포지티브 섬(Positive Sum) 게임으로 가자고요.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6+1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은 남북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당사국에 미국이 같이 참여하는 물류기반 경제 협력체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시절 중국 배제를 위해 고안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우수해요. 이들 7개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G7(주요 7개국)보다 커요. 경제규모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이 다 들어있으니까요. 이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 체제가 만들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글 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