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스마트폰 디톡스” 마크롱의 실험, 어떤 변화 있었나

Է:2018-09-09 07:10
ϱ
ũ

파리의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중학교의 수업이 끝나면 종 대신 클래식 음악이 울리고 학생들이 문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8시간동안 꺼져 있던 스마트폰을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가방을 뒤적인다.

이번 주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청소년들의 ‘디톡스’에 도움이 된다며 발표한 새로운 법률에 따라 프랑스의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7월 30일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수업 중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며 긴급 상황이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만이 예외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거나 개인 사물함에 넣어두어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별로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도입할 수 있다.

11살 때부터 아이폰을 사용했던 한 13세 소녀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끔찍할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가방에 핸드폰을 넣어뒀는데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쉬는 시간마다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을 했다”면서 “그런데 내 친구들은 이 학교에 있고, 그냥 대화하는 게 더 쉽고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마 집에서 핸드폰을 더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핸드폰 사용을 막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저녁 11시반 이후로는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친구는 “넷플릭스에서 프로그램을 볼 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서도 “학교에서 그러고 있고 싶진 않아서 쉬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듣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 내내 휴대폰을 무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기는 했다”고 말했다.

(사진=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일 프랑스 서부 라발의 중학교를 방문해 수업시간 중 한 여학생과 나란히 앉아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부터 모든 유치원과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시작했다.

파리의 또 다른 학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섞여 있어 지난달부터 ‘휴대폰 없는 월요일’을 도입했다. 해당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 4~5주간 ‘휴대폰 없는 월요일’을 실험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카드를 들고 와 쉬는 시간에 다 함께 노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끼리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책을 가져와 읽는 학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놀이터에 서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법안을 언급하며 “휴대폰 중독에 빠진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 생활에서 스마트폰 없이 무언가를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치있는 습관이다”고 밝혔다. 그는 “반(反)기술주의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는 기술 사용에 관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프랑스 중학교의 학생들은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운동장, 식당을 포함해 학교 안의 모든 곳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상원은 고등학교 역시 이런 법안을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투표권이 있는 18세의 학생은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각자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한 시골 마을의 중학교의 원장인 장 노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며 좋은 습관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학생들이 휴식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라며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놀이터에서 복도로, 교실 문 밖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전화를 걸지도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만 있었다”며 “마치 손의 연장선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로드 드뷔시 학교의 한 14세 소녀는 10대들을 의심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디언에 “사람들은 우리들의 집중력이 떨어졌고, 사교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한다”라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거나 무언가를 찾는다”며 “그것도 대화의 일부”라고 전했다. “학교 안에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프레드릭 롤트 교원 노조 사무총장은 “금지령의 첫 주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법안은 기념비적인 변화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 중학교의 약 60%가 이미 놀이터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전부터 오랜 기간 휴대전화를 금지한 여러 학교에서는 아이들 간의 상호 작용과 공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박세원 객원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