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68. 삼인삼색 “완빤치 쓰리 강냉이 세 명의 신진 연출”

Է:2018-09-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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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류주연이 이끄는 극단 산수유는 2008년에 창단해 10년이 됐다. 그동안 대표적인 공연 레퍼토리인 <고비>, <12인의 성난 사람들>, <경남 창녕군 길곡면> 등 현실 사회와 공감 할 수 있는 화제작을 선보이고 있다. 산수유 작품 중 다시보고 싶어 하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9월3일부터 14일까지 대구 학생문화센터에서 공연된다. 극단프로젝트 아일랜드 <일상광기의 이야기>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남동진과 중견배우들이 호흡을 이룬다.

◇‘바알간 산수유 나무’에 올라 ‘완빤치로 날리는 쓰리 강냉이’

‘권리장전 2018-분단국가’ 라는 주제로 연우소극장(7.11~15)에 공연된 극단 산수유 ‘바알간 산수유 나무’는 배우 출신 단원 서유덕 연출 데뷔 무대가 됐다. ‘권리장전’은 박근혜 정부시절 연극 ‘개구리’ 논란으로 불길이 타올라 연극예술의 불합리한 구조와 정치적 검열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형성된 자발적인 릴레이연극으로 3회째다. 연극으로 고장 난 불합리한 정치권력구조에 저항하고 연극 예술인들의 창의적인 예술성을 지키려는 소리를 주제별로 담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은 특수한 분단국가 현실에서 ‘반공’은 이념갈등으로 분열되고 ‘안보’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처방전이다. 반공이데올로기 주입은 교과서를 통해 이승복 어린이를 반복적으로 배웠고, 무장공비가 울산바다에 침투한 얘기를 듣고 국민은 불안해 떨었다. 김신조가 “대통령 목을 따러” 온 군부시절은 한국사회 대표적인 두 가지 키워드에 저항 할 수 없었다. 시대가 그랬다. 1970년대 반공과 안보의 최전방은 군부권력 몫으로 돌렸고, 국민은 ‘잘 살아보세’ 하고 농촌으로 산업현장으로 뛰었다. 산업화 발전의 눈부신 경제발전에도 반공과 안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프레임으로 바뀌었고 정치이벤트가 됐다.

종전선언·평화·통일로 가는 대한민국 길목에서도 세계무대는 안보 논쟁, 정치프레임으로 연결되는 불꽃놀이 안전핀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전히 반공과 안보 프레임은 장사가 될 수 있는 메뉴로 꿈틀대고 있고 권력은 그 틈으로 작동되고 있다. 70, 80년대 시민저항은 무기력하게 아스팔트에 쓰러져야 했고 함성의 무게는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채 그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다. 더디고 멀다.

세계 정치무대에서도 특수한 한반도 지형은 미·중·일 을 중심으로 평화와 안보의 패권적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무대다. 키워드에 녹아든 정치적 시선과 이념갈등의 논쟁을 ‘바알간 산수유나무’에 올라 70년대 반공프레임들이 어떻게 작동되었는지를 바라본다. 극단의 이름을 그대로 살리고 ‘바알간’을 덧붙여 ‘산수유나무’를 제목으로 그려낸 것이 분단국가와 반공을 주제로 좁혀준다. 연극은 무장공비침투사건과 새마을 운동을 시대배경으로 소환해 반공이데올로기가 군부정치권력으로 어떻게 작동되고 국민은 그 키워드에 왜 무기력 했는지 비튼 작품이다.

연극은 70년대 반공이데올로기가 권력을 유지하는 메뉴로 어떻게 작동 되었는지 새마을 운동으로 전진하는 농어촌마을을 배경으로 소환해 시대인식과 오류를 바라보고 진단했다.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은 배우로 단원들과 출연해 2018-권리장전 분단국가 주제공연의 의미를 보탰다. 서유덕 연출은 “과거 독재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반공이념과 반공프레임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얘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극단 산수유의 연출가 데뷔전 ‘ 용감한 사형수’ 외 2편


극단 산수유는 단원들에게 ‘바알간 산수유 나무’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극단을 신뢰 할 수 있는 동력이다. 이런 취지로 ‘완빤치 쓰리 강냉이’라는 연출공연부제로 단원 세 명의 신진 연출가( 최민수·김경빈·김여래) 삼인삼색 워크숍을 옴니버스 세 편을 묶고 각색해 8월24~ 26일까지 대학로 파랑씨어터 극장에서 무대화 됐다.

신진 연출가 워크숍을 통해 무대화 한 작품은 ‘용감한 사형수’(호워디 홀 작, 최민수 연출), ‘원고지’(이근삼 작, 김경빈 연출), ‘채식주의자’를 각색해 ‘초침 없는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로 공연됐다. 무대는 세 편의 연극이 간소화된 소품으로만 상징화하고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선반구조로 만들었고, 겹으로 된 책장 면(面)이 없는 무대 틀로 채웠다. 중앙은 등·퇴장의 문을 트고 좌우 공간을 작품별로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했다. 특히 선반 무대구조는 옴니버스를 하나의 연극으로 묶어 냈고, 작품마다 간소한 소품은 상징으로 투영해 주제박물관 전시장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워크숍 문을 연 것은 ‘용감한 사형수’다. 작품은 죽음(사형)을 앞둔 제임스 다이크(박인환 분)의 이야기다. 그는 살인을 고백하고 죽음을 앞두고 있다. 간수장과 신부를 중심으로 사형수의 고백은 범죄를 저지른 동일한 인물(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의 대화들이 오고 간다. 진실은 파묻힌 채 초연하게 사형을 앞두고 있다. 고백자서전은 대중들한테 불티나게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다. 자서전을 읽고 가족이라고 밝히는 한 남자(소녀) 제이든 페리스(이동학 분)가 사형을 앞두고 다이크와 마주한다.

잃어버린 형의 기억을 꺼내고, 이름을 묻는다. 다이크는 프랑스 파병에 그의 형(조셉 엔토니 페리스)는 죽었고 국가를 위해 싸운 훌륭한 군인이었다고 얘기를 들려준다. 사형수 다이크가 아닌 형의 말처럼. 진실은 감추어지고 친동생일지도 모르는 제이든 페리스 엄마 병원비에 보태라며 돈과 “훌륭한 군인한테 보내는 마지막 선물” 이라는 말과 인세(印稅)) 2만 5천 달러를 준다. 신부도 인간을 구원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선전되는 자서전에 세상과 인간은 열광하고 권력은 침묵한다. 추락하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신과 법도 아닌 다이크로 옷을 갈아입은 인간이다. 연극은 정의는 부재하고 진실은 포장 된 채 평등한 법은 인간을 차디찬 죽음으로 밀어내는 사회와 인간을 겨냥한다.

연극을 탄력적으로 끌고 가는 동력은 서사 이면에 감추어진 언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무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평등은 몰락하고, 정의는 실종된 두터운 물음과 시선을 관통하는 서사뼈대를 핵심정리만 해 평면적인 장면으로 정리된 것 같아 아쉽다. 요즘 논란이 되는 현실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베어내지 못했다. 긴장성 있게 장면으로 살점을 붙이고 의미와 상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면 연출시선이 더 윤기가 날 것 같다.

◇‘원고지’ 노동의 반복, 고단한 죽음의 사회

두 번째로 무대에 올린 연극은 원고지다. 원고지는 1960년대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있는 고(故) 이근삼 작가 대표작이다. 주인공 대학교수(서유덕 분)가 출판을 위해 써내려가는 원고지는 행복을 이룰 수 없는 노동 행위다. 200자 원고지 빈칸을 채워가는 것은 사회구조로 억압된 개인의 삶과 인생을 박탈당한 고단한 사회다.

장남(홍성호 분)한테 아버지 원고지 노동은 존경이 파괴된 개인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도구이다. 장녀(김은정 분)도 아버지는 조롱의 대상이며, 탐욕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노동의 도구로 바라본다. 원고지 빈칸을 더 채울 수 있도록 남편의 노동을 절벽까지 밀어내는 아내(현은영 분)도 행복을 착취당한 인물이며, 감독관(오세창 분)은 달라지지 않는 노동의 고단함으로 내몰리는 사회구조다.

반복적으로 원고지를 써내려가는 노동행위는 대학교수가 읽어가는 3년 전 신문내용이나 그가 살아가는 오늘날도 피부로 체감 할 수 없는 사회현실(살인사건, 아내에게 맞는 남편, 개성 잃은 노동자)등이 넘치는 세상이다. 이근삼 원고지는 60년대 희곡임에도 오늘날 현실을 비켜서지 않는다. 부조리함은 현실풍경이다. 살인사건은 공포영화보다도 더 무겁고 잔혹하다. 부부 폭력은 잔인한 죽음으로 뉴스를 생산한다. 개성 잃은 노동자는 자신의 인생을 사회로부터 차압당한 채 삶의 전쟁터로 내몰려 지고 행복이 파괴된 반복의 노동만이 생산 될 뿐이다. 대사처럼 “사회는 변화되지 않고, 인생은 반복될 뿐이다.”

원고지가 사회의 부조리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온 대한민국 사회는 얼마나 성숙해 지고 달라졌을까. 이 지점이 60년대와 2018년대를 연극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삶의 양극화 간극은 더 벌어졌고, 소득 불균형으로 서민 월급봉투는 얇아졌다. 고공 행진하는 아파트 값은 평생 노동(일)을 해서도 잡을 수 없다.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주인공(대학교수)처럼 반복적인 노동 행위만이 삶에 중심이 됐다. 고용불안, 소득불안, 결혼불안, 집값 불안의 네 가지 불안감이 전소되지 않으면 인간행복은 무감각해지며, 노동은 삶을 지탱 할수 없는 반복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현실로 투영하기 위해 연출은 몇 가지 설정으로 텍스트 의미에 무게를 두는 시선을 보냈다. 무대 바닥에 신문을 여러 장으로 포개놓고 주인공의 반복적인 노동행위가 오늘날에도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의도를 보였고, 극중 인물 교수의 출퇴근과 원고지를 쓸 때 쇠사슬을 반복적으로 착용시킴으로써 사회구조를 조롱하고 비판하려는 시선은 작품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또한 거실의 의자도 관(棺)처럼 상징화해 아들과 가족이 치 죽음의 놀이를 즐기고 있는 가족사(史)의 분위기를 나타냈다. 배우들도 고른 연기력을 보였다. 대학교수 역은 배우의 소리 무게와 말의 변화를 더 진지하게 탐구해 개인캐릭터에 녹여내길 바란다.

그러나 반복적인 노동행위를 통해 가족의 해체를 희화화해 장면으로 연결하려는 시선은 공감이 되나 사회구조에 눌린 무게를 쇠사슬로만 표현하려하는 반복은 원작 텍스트가 반세기를 넘어온 한국사회 현실의 고리와 연결되어 현실매듭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의미들을 장면으로 압축해 간결하게 보여주려고 했고, 인물캐릭터와 연기는 장면에 활력을 만들어 냈다.

◇사회편견과 폭력성 ‘초침 없는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작품은 소설 ‘채식주의자’ 를 <초침 없는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로 각색해 올렸다. 소설의 긴 서사와 의미들을 연극으로 각색해 30분 압축해 풀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연극은 꿈을 꾼 뒤 육식 혐오로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 지혜(이지혜 분) 과 남편 현택(홍현택 분) 그리고 장모가 극을 끌고 가고 변화된 지혜의 고통과 통증을 이해하지 않는 이기적인 남편시선과 행동을 포개놓는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으로 향해지는 사회편견, 여성과 남성, 채식과 육식, 폭력성, 소통의 파괴 등 사회 거대담론을 주인공 영혜로부터 담아내고 있다. 연극은 소설로 전개된 특수성을 등장인물을 단출하게 무대화 했다. 주인공을 타격하는 폭력의 초침 없는 소리들이 거세되지 않는 한 채식주의자 삶에 사회로 부터 반사되는 고통과 통증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연극은 꿈을 꿈 뒤 채식주의자가 된 지혜의 폭력적인 꿈, 현실을 지배하는 악몽 같은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는 내면갈등과 소리들이 입체적으로 도려내지 못한 채 오디오 소설처럼 공간을 채웠다. 장면은 아내와 남편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일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엄마의 시선만 존재해 입체감이 부족했다. 연출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지혜의 상반신을 노출시키며 초침 없는 가해의 폭력성에 책임을 묻고 의미를 포괄하는 것으로 극을 끝내고 있다.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장면은 주인공 영혜의 자해장면과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딸 입속으로 고기를 구겨 넣는 아버지의 충격적인 폭력장면이다. 이번 <초침 없는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는 소설의 알맹이 들을 인물 내면의 소리로만 전달해 시각적인 공감을 얻는데는 부족했다. 초침 없는 사회의 편견, 갈등, 폭력성, 소통부재 의 소리들이 입체감 있게 무대로 튀어 나오지 못해 아쉽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무대를 각 옴니버스별 이동식으로 공간을 좁히고 넓히면서 무대를 활용했다면 작품의 특징을 살려내고 장면전환의 유연성이 입체적으로 살아났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극단 산수유의 삼인삼색 “완빤치 쓰리 강냉이 세 명의 신진 연출” 워크숍은 가능성을 보였고, 일부 배우들은 워크숍 무대에도 인물을 잡아당기는 연기를 보였다. 기대되는 연출, 연기의 깊이가 살아 날 수 있는 배우를 만난 것으로도 극단 산수유가 단원들이 살아갈 연극 농사는 잘 짓고 있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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