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년이 시작 된지 두 달.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도 학기 초에는 그럭저럭 친구들과 잘 지내는 듯이 보인다. “친구 두 명이나 사귀었어요. 올해는 아이들과 잘 지낼 거 같아요” 그러다가 라일락 꽃향기가 날리는 4월 중순이나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이 되면 스멀스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배신을 때렸어.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 끼리만 놀아” “친했던 아이와 싸워서 다신 놀지 않을 거야”
아이들은 학기초 2~3개월 정도 친구들을 탐색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생기고 서로를 알아간다.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충동이나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 즉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차츰 속했던 그룹에서 배제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올해 17살인 여학생 J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친구관계가 힘들어서다. 전학도 몇 번 해보았다. 하지만 전학한 곳에서도 똑같이 친구 문제가 반복되고 급기야는 심한 강박 증상이 생겼다. 학년 초에는 예쁘장한 외모에 호감을 주는 인상을 지닌 J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다가왔다. 4~5월까지는 잘 지내는 듯하지만 이후에 문제가 생기고 친했던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기 시작하고 차츰 반 전체 아이들이 J를 멀리했다. 이러기를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반복하면서 상처를 받은 J는 다른 친구들이 만진 물건을 오염이 될까봐 만지지 못하고 자신의 뒷자리에 누군가 앉게 되어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바이러스 균이 날라 와 자신을 감염시킨 것 같다며 예민해졌다. 더러워서 학교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불안해 물티슈로 반복해서 닦아대니 아이들과는 더욱 멀어졌다. 결국 자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J는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 했다. 이를 알아챈 엄마는 친구를 사귀게 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놀이터에 나가서 또래 아이가 있으면 “너 몇 살이니? 우리 J하고 같이 놀래?” “친구하고 장난감 같이 갖고 놀자”
아이가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면 엄마가 재빠르게 나셨다. 관심을 보이지 않고 혼자 놀면 노는대로 걱정이 돼 또 친구를 억지로 붙여주곤 했다. 사회성이 좋은 아이가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기회를 만들어주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해서이다. 심지어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 이른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했다.
“애가 어렸을 때는 장난감도 많이 준비해 놓고, 동네 놀이방 노릇까지 했어요. 동네 애들이 다 놀러 왔죠. 어떤 엄마는 아이를 매일 보내다시피 했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처음에 같이 놀다가도 차츰 자기들끼리 놀고 J는 따로 놀고 있더군요”
엄마는 부단히 노력했지만 보람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래도 나았지만 고학년 이후로는 도울 방범이 없었고, 오히려 J를 만만히 보는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학교를 고등학교 자퇴한 후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 본 결과 J는 또래에 맞는 관습적인 대처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또 시각적인 주의력이 저하되어 사람들의 표정의 변화나 상황의 변화에 대한 캐치가 잘 되지 않았고, 사회적 상황에서 중요한 단서와 덜 중요한 단서, 사소한 단서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니 사소한 것에는 예민하여 상처 받고 눈치를 보면서 중요한 단서는 놓치게 되는 것이었다.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훈련이 간단하지 않다, ‘조기에 발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린 시절에 부족한 기능을 훈련했더라면 전학을 반복하고 상처 받는 일이 줄었을 텐데.... 훈련을 하면서 관찰해보니 과연 J는 위축되어 눈치를 많이 보면서도 정작 중요한 때는 눈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곤 하였다. 이런 행동들이 가족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구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친구들도 학기 초에 한두번은 그러려 하고 넘기지만 반복되면 싫어하고 불편해 피하게 되는 거다. 학년 초 허니문 시기가 이렇게 지나가는 거다.
‘왜 우리 아이는 학기 초만 지나면 외로워질까’라는 고민이 있다면 조기에 원인을 찾아 보고, 조기 개입을 해줘야 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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