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구상 중인 비핵화 협상 로드맵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제적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에 대항해 북·중 간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북한은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에 따른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로드맵을 재차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핵능력 고도화에만 몰두하며 중국식 비핵화 로드맵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전격적으로 비핵화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의 제안을 보다 유연하게 검토할 여지가 생겼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7일 “중국은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며 “그 본질은 북한 체제 안전이 보장됐을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체제 보장 없는 핵 포기 요구는 북한은 물론 중국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 부분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북·중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미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은 북·미 회담을 앞두고 대북 강경파를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배치한 상태다. 자신들이 원하는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선제적 핵 포기만을 요구하는 미국보다는 중국 쪽이 대화하기가 비교적 편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을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북·미 회담 결렬 시 미국이 급진적으로 나올 것을 대비해 중국에 자신들의 비핵화 입장을 밝히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여러 가지 상황을 미뤄 북한을 끌어안는 편이 전략적으로 낫다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 해소와 직결된 문제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 석탄, 수산물 등의 판로가 막혀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북한이 올해 갑작스럽게 대화에 나선 것도 제재 국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북한 경제는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경우 북한 경제는 상당 부분 숨통이 트인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을 맡는 등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 대화 국면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체면을 구겼다. 남·북·미 3자 협의로 북한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차이나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발언권을 회복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북한과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 개입하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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