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물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따져’ 묻진 않았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묻고 부인하고’를 반복한 ‘평화로운’ 조사는 21시간 만에 끝이 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14일 오전 9시30쯤 출석해 15일 새벽 6시25분쯤 귀가했다.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확인하고는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민 서울중앙지검장은 15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하고 신병처리 방침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신속히’ 결정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다.
① MB, 조사받다 당황한 이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여러번 당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차례로 제시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의 최측근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협조적’ 진술을 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검찰의 수중에 “방대한 증거”가 있다고 표현했다.
보통 피의자 소환조사 때 증거를 모두 공개하진 않는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상당부분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피의자에게 ‘이래도 모른다 할거냐’ 할 정도로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보여준 걸로 안다”고 했다.
② 수사진에게 ‘복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5일 방송에선 항간에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복 있는 사람”이란 말이 떠돌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초 예상과 다르게 수사가 수월하게 풀렸다는 뜻이다.

특히 다스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만 해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원세훈 국정원의 댓글공작이나 국정원 특활비 같은 사안이 불거졌을 때까지도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결정적 증언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의혹이 불거진 지 11년만에 수사가 급속도로 진전됐다.
③ 확실한 증거에도 끝까지 부인하는 이유
이 전 대통령은 조사 내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는 묻고 이 전 대통령은 부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면서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예우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해 ‘추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혐의에 대해 물으면 이 전 대통령은 “모른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실무선에서 진행했을 것이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철옹성 같던 그가 당황할 정도의 결정적 증거에도 계속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는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모든 의혹은 거짓된 주장”이라는 입장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하나로 연결되는 혐의 사실의 얽히고 설킨 구조도 이런 상황에 한몫을 했다.

◇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말고 다른 방법이 있냐”고 말한 이유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 등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이미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측근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해 보인다. 영장이 청구된다면 시기는 이르면 16일, 늦어도 19일쯤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