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 첫 ‘미투’ 비서관 인터뷰…“나는 ‘직’ 걸었지만 김지은 씨는 ‘인생’ 걸었다”

Է:2018-03-06 15:17
ϱ
ũ

“동료들의 ‘위드유’가 ‘미투’ 만든 원동력”

국회 첫 ‘미투(#MeToo) 운동’ 시작을 알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A비서관은 6일 “‘미투’한 지 아직 하루도 채 안 됐지만, 생각보다 담담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A비서관은 “미투 글을 올리기 전 주변에선 ‘응원 한다’와 ‘하지 말라’는 의견이 반반이었다”며 “국회에서 누군가 ‘실명 미투’의 시작점을 끊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점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기까진 ‘위드유(With you)’를 외쳐 준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A비서관은 “지금도 나 때문에 곤란하거나 귀찮은 상황에 처해있을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여성 선후배 보좌진의 응원 문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A씨가 다름 아닌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서 ‘미투’를 외쳤던 이유는 ‘실명 미투’를 쉽게 할 수 없는 국회 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서였다. A씨는 “국회는 매우 폐쇄적인 조직이어서 주로 이직할 때 과거 상급자의 평에 의존한다”며 “나 한 사람의 폭로가 우리 의원실, 나아가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쉽게 말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있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나는 ‘직’을 걸고 미투했지만 그분은 ‘인생’을 걸었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한 실망감보단 피해자에 대한 참담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은 A비서관과의 1문 1답.


-‘미투’하기 전 상황이 어땠나?
=사실 주말까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문득 “고민이 든다는 건 결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막상 결심을 하고 난 뒤 글을 쓰기 까진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일단 아침에 의원실에 보고를 하고 1시간 정도 만에 글을 써내려갔다. 완성글을 갖고 있다가 오후 6시가 넘어서 글을 올렸다.

-‘미투’한지 하루도 채 안 됐는데 어떤 느낌이 드나?
=단기간에 결정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담담하다. 미투 운동이 처음 일어날 때부터 고민을 시작했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내 경험, 내 행위 보다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국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미투하기 어려운 국회 내 구조를 지적하고 싶었고, 국회 구성원들이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랐다. 혹시 모를 후속 미투에 대비해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어제는 전화가 터지는 줄 알았다. 특히 국회에 있는 동료 여성 보좌진에게 “힘든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지지한다”는 응원·지지 문자를 많이 받았다. 그중에는 얼굴만 알고 지냈던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섞여 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직 없지만, 지인들을 통해 불쾌감을 표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들었다.

-‘미투’까지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지금 현재 의원실 동료들이다. 국회 업무 특성상 의원실과 주변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봐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 의원실 동료들은 모두 ‘위드유(With you)’를 외쳐줬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 편이다”라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결심하고, 실행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던 부분이다.
지금도 제 지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불편함을 모두 감내해주는 주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미투’하기 어려운 국회 내 구조를 지적하고 싶다고 했는데?
=국회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어떤 성품을 갖고 있는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등을 이력서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평판은 주로 상급자에게서 나온다.
또 국회는 상급자 중에 남성이 많이 분포된 ‘피라미드 구조’다. 주로 7급 이하 직급에 여성들이 몰려있고,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급격히 적어진다.
일단 의원실 안의 이야기가 바깥으로 돌기 시작하면 그만둬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동네가 워낙 소문과 이미지에 민감하지 않나. 나도 비서관직을 그만둘 각오로 미투글을 올렸다. 이 각오는 지금도 변함없다.

-문제제기할 수 있는 통로는 마련돼 있었나?
=사실 나도 피해자 입장에서, 지인들에게 문제를 털어놓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과 비용이 들기 시작하고 그러면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로 바뀐다. 의원실에서 내 사정을 봐줄지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따라서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 이미 여러 차례 국회 성폭력 사건이 단발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논의는 많았지만 종착지까지 이어졌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를 거라 기대한다. 제도 개선의 방점이 ‘실효성’에 찍히길 바란다. 국회에서 제도적 보완이 잘 이뤄지면, 일반 관공서와 민간 영역까지 고루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안 전 지사의 성추문 문제도 불거졌는데, 어떻게 봤나?
=정말 충격이었다. 안희정 개인에 대한 평가 문제가 아니라, 피해 여성이 겪었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대한 분노였다.
벌써부터 관련 기사에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던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가해자 입장에선 한번 저지른 행위를 두세번 저지르긴 쉽겠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한번 당한 일을 두 번 세 번 피하기는 더 어렵다.

-앞으로 국회에서 미투 운동 붐이 일어날 거라고 보나?
=붐까지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그게 지인이건, 익명이건, 실명이건.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