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갈색이 머리를 검게 염색하라고 강요하는 학교를 상대로 일본 여고생이 소송을 제기했다.
2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부 하비키노시의 가이후칸고등학교 3학년인 A(18)은 날 때부터 색소가 옅어 머리카락이 갈색이었다. 입학 당시 어머니도 “원래 색깔이 갈색이니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생 지도교사와 학년 주임 교사 등은 A양에게 검게 염색하라고 지속적으로 강요했다. A양은 통증과 염증이 생길 정도로 몇 번이고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했지만 학교 측은 “불충분하다” “학교를 그만두든지 머리를 검게 물들이든지 골라라”라고 윽박질렀다. 결국 A양은 지난해 9월부터 등교를 포기했다.
학교 측은 어머니와의 면담에서 “설령 금발의 외국인 유학생이더라도 규칙이므로 검게 물들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학생 측은 “선천적인 신체적 특성을 부정하고 건강에 피해를 줄 만큼 비정상적으로 염색 강요하는 것은 ‘이지메(いじめ·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A양은 오사카부를 상대로 226만엔(약 23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섰다. 원고 측 대리인인 하야시 요시유키 변호사는 “올해 학생 이름이 명부에 기재되지 않았고 교실에는 자리도 없다”면서 “등교를 하지 못하는 것에 관해서는 학교 측이 사죄해야 할 일인데도 너무나 지독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사카부 교육위원회는 “교칙이나 두발 지도는 각 학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면서 “소송에 관해서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코멘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에는 학교 태도를 문제 삼는 글이 쏟아졌다. 한 주부는 “내가 2017년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