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브리지 일대에서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한 테러는 올 들어 영국인이 당한 세 번째 공격이었다. 테러범들은 승합차를 몰아 시민들에게 돌진하고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달 22일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2명이 숨진 지 불과 12일 만이었다.
영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이 세 번째 테러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5건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하나 같이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첫 번째 트윗은 자신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현명해야 한다. 방심하지 말고 냉정해야 한다. 법원은 우리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 우리에게는 안전을 위한 여행금지명령(반이민 행정명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과 비난에 부닥쳤던 정책이다.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 끝에 법정에 가 있다. '런던 테러'를 계기로 이 정책을 다시 밀어붙이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세실리아 왕 부국장은 “트럼프가 불법적인 정책을 위해 테러를 들먹일 때 우리는 격분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다음으로 올린 트윗을 CNN은 "가장 대통령다운 발언"이자 "가장 트럼프답지 않은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트윗에서 그는 "미국은 영국과 런던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우리는 런던과 함께 한다"고 했다. CNN은 이 트윗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의 발언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대통령답다고 생각하는 것의 정반대"이면서 "트럼프스러운 발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세번째 트윗에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정당해지려는 행동을 멈추고 국민의 안전이라는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영리하지 않으면 상황은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10시간 뒤 트럼프는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비난했다. 그는 "테러로 최소 7명이 죽고 48명이 부상당했는데 런던시장은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며 칸 시장이 테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칸 시장은 런던 테러 이후 "런던 시민들은 앞으로 경찰의 존재감을 더 느낄 것"이라며 "이에 대해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또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모든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했다.
칸 시장은 트럼프의 트윗에 대응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변인은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맥락을 곡해했다"며 "트럼프의 트윗에 대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칸 시장은 테러범들의 공격에 대응하고 런던 시민과 여행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분주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마지막 트윗에서 "지금 총기 소지에 관한 논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들(테러범들)이 트럭과 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테러 노출로 미국 내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테러는 총기 소재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전미총기협회(NRA)의 컨퍼런스를 찾아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절대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기 규제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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