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미영이
잠결에 엄마의 말이 들렸다. 화장실에 간다고. 그날 이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생일에도 오지 않았다. 미영이는 남의 집에 맡겨졌다.
“미영이는 왜 매일 화가 나 있어?” “고집이 세서 그래.” 그래서 엄마가 없어?” “…”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된 미영이가 겪는 내면의 상처와 분노는 이렇게 오해를 살 뿐이다. 미영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학교를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것도, 주인집의 단란한 모습도 아니다.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 잃은 강아지가 나타난다. 미영이는 강아지를 돌보며 위로를 얻고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그 집에 온 날 입었던 옷이 작아질 즈음, 마침내 엄마가 나타난다.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집을 떠나던 날, 엄마한테는 설거지 냄새가 났다.
그림책은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미영이가 다시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다. 책에서 엄마는 한 번도 정면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영이의 손을 잡고 가는, 지친 뒷모습으로만 나올 뿐이다.
이처럼 작가는 대체로 어떤 상황에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에 간결한 흑백 그림으로 미영이와 엄마의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야기의 소재는 비현실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가족의 해체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도 알아야 할 우리 사회의 어두운 얼굴이다. 나와 다른 다양한 계층의 존재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다. 시처럼 함축적인 그림에서 짐작하겠지만,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바 있는 저력 있는 작가의 그림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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