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코디네이터 3인 24시] 생명과 생명을 잇는다… 시간이 生命인 ‘5분대기조’

Է:2013-06-15 04:01
:2013-06-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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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코디네이터 3인 24시] 생명과 생명을 잇는다… 시간이 生命인 ‘5분대기조’

지난 1일 오후 10시10분 김보경양은 18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김양은 열흘 전 서울 수유동에서 스토커에 의해 불의의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를 당해 뇌를 크게 다쳤다. 급히 이송된 인근 H병원에서 곧 의식을 되찾았지만 닷새 뒤 갑작스레 뇌사 상황에 빠졌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딸의 황망한 소식에 가족들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도했지만 딸은 눈을 뜨지 못했고, 제 힘으로 호흡도 하지 못했다. 뇌사 추정 상태를 이어오다 이날 최종 뇌사 판정과 공식 사망 진단이 내려졌다.



며칠 고민을 거듭하던 가족들은 이날에서야 딸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병원 측에 밝혔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이 좋은 일 하고 가는 걸로 생각하고 좋게 보내주고 싶다”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다음 날 아침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3명의 환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양이 남기고 간 간과 췌장, 신장(2개)이 이들 3명에게 이식돼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김양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하며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가 있다. 바로 한국장기기증원(KODA) 소속 장기구득(求得) 코디네이터 장은경(29) 간호사다.



#뇌사판정까지 ‘긴장의 연속’



김양의 가족들로부터 장기기증 의사를 병원을 통해 전달받은 1일 아침 10시, 장 간호사는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장기 손상 없이 빠른 시간 안에 김양의 뇌사 판정과 장기 이식 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 간호사는 1권역(서울·수도권·강원·제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뇌사자 장기기증 일을 맡고 있다. 먼저 가족들을 만났다. 김양 어머니는 처음 의료진으로부터 딸의 뇌사 가능성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장기기증 의향이 있으면 빨리 결정해 달라”는 의사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화가 난 어머니는 “목숨을 살리는 게 의사의 할 일 아니냐”며 장기기증을 단호히 거부했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친척의 권유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기증 동의서에 사인했다.

김양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40분까지 3단계에 걸친 뇌사 판정 조사를 받았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뇌간반사검사, 인공호흡기를 뗐을 때 스스로 숨쉬는지를 분간하는 자발호흡검사로 이뤄진 뇌사 조사가 6시간 간격으로 진행됐다. 1·2차 조사에서 모두 뇌사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고 오후 9시17분 뇌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뇌파검사를 받았다. 장 간호사는 이런 과정 내내 김양의 곁에서 검사를 돕고 혈압·맥박·산소포화도 등 활력 징후를 체크했다. 자칫 심장이 멈추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매 관문을 넘을 때마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후 10시 의료진, 종교인 등 5명으로 구성된 뇌사판정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는 김양의 사망 원인, 보호자의 장기 기증 동의과정에 대한 검토를 거쳐 10분 뒤 최종 뇌사 판정을 내렸다. 다음날 오전 8시 가족들이 김양을 마지막으로 면회했다. 2시간 뒤 김양은 수술대에 올랐다. 적출된 간과 신장 1개는 옆 수술실에서 대기하던 환자 2명에게, 췌장과 다른 신장 1개는 아산병원의 환자 1명에게 곧바로 이식됐다. 장 간호사는 김양의 시신을 정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속으로 되뇌며, 김양의 시신이 수술 전 깨끗한 모습으로 장례식장에 옮겨질 수 있도록 마지막 예를 다했다.

#“숭고한 결정 내려준 그분들께 감사”

장 간호사는 대학병원 외과병동에서 4년여간 근무하다 2011년 6월 KODA에 들어왔다. “외과병동에서 근무할 때 중국에서 불법으로 간, 신장 이식을 받고 합병증이 생겨 입원한 환자들을 많이 봤어요. 장기 이식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를 지원했죠.”

장 간호사는 입사 이후 월평균 3건 정도의 뇌사자 장기기증을 성사시켰다. 최근엔 자살로 인한 뇌사자 발생이 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생후 4개월 된 뇌사 영아의 장기 기증은 특히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30대 부부에게 첫 아기였던 터라 기증 결심을 어렵사리 하고 수술장에서 나오는 아기에게 엄마가 고이 간직했던 신발을 신겨줬어요. 정말 짠했죠.” 장 간호사는 “그때 숭고한 결정을 내린 그들의 뜻을 절대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보건복지부 지정 독립 장기구득기관으로 출범한 KODA에는 현재 49명의 전문 코디네이터가 일하고 있다. 모두 경력 2년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다. 이들은 권역(1권역:서울·수도권·강원·제주, 2권역:충청·호남권, 3권역:영남권)별로 관내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뇌사 추정자 발굴과 장기 기증 관리 업무를 한다. 전국 뇌사 발생 가능 의료기관(100병상 이상)은 456개에 달한다. 코디네이터들은 언제 뇌사자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대기 상태다. 2권역인 대전·충청권에 근무하는 추민영(33) 코디네이터는 “항상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목욕탕을 가더라도 지퍼백에 싸서 들어간다”며 웃었다. 추 코디네이터는 “특히 뇌사자가 발생하면 낮이고 밤이고 기증을 마무리할 때까지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생후 4개월 아들한테 미안할 때가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3권역인 부산권에서 일하는 김민화(30) 코디네이터는 “뇌사 관리 과정에서 뇌사가 아니라고 판정나거나 기증 부적합이라서, 혹은 기증 절차 진행 중 사망(심장 정지) 등 많은 이유로 기증자와 가족들의 뜻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건·사고로 인한 뇌사인 경우 경찰이나 검찰 협조가 늦어져 제때 장기기증이 이뤄지지 않을 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코디네이터들에겐 슬픔에 빠져 있는 가족들을 만나 장기기증 얘기를 꺼내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김 코디네이터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거나 갑작스런 사고로 환자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장기 기증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설명하면 어느 순간 수긍을 한다”고 했다.

매번 누군가의 죽음을 함께해야 하고 그 가족의 슬픔을 지켜봐야 하는 어려운 직업. 하지만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들에겐 남다른 사명이 있다. “생명과 생명을 이어주는 일이잖아요. 하루 평균 3명 정도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납니다. 장기 이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기증자들에게는 그들의 숭고한 사랑의 실천에 누가 되지 않게, 또 유가족에게는 기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새로운 생명의 빛을 밝혀줬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중간다리 역할 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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