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누이 붙든 건, 미련 아닌 예의의 기록”… 김정현 가족 서사 완결편 ‘누이’

Է:2012-06-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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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가는 누이 붙든 건, 미련 아닌 예의의 기록”… 김정현 가족 서사 완결편 ‘누이’

가족 서사는 시대를 초월한 문학적 테마이다. 염상섭의 장편 ‘삼대(三代)’에서부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이르기까지 가족 서사는 핏줄 안에서 벌어지는 끈끈한 이야기성의 질감으로 말미암아 한국소설사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 대열에서 우뚝 선 작가가 김정현(55·사진)이다. 밀리언셀러 ‘아버지’(1996)와 ‘맏이’(2012)에 이어 최근 출간된 장편 ‘누이’(학고재)는 그의 가족 서사를 마무리짓는 완결편에 해당한다.

‘누이’는 어려운 시절에 가족의 발판이 됐던 이 땅의 모든 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 서사는 동어반복처럼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김정현은 이렇게 항변한다. “누이는 이제 그 이름이 전설이 되어버리려 합니다. 소중하지만 사라져가는 세상이니까요. 그런 잊혀가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붙든 건 미련이 아니라 제 나름의 ‘예의의 기록’입니다.”(‘작가의 말’)

주인공 영순은 5남매의 장녀다. 영순은 초등학교만 달랑 마치고 미싱공 보조로 일하면서 남동생 강우를 대학까지 가르치지만 강우는 ‘공순이’ 누나를 창피해하며 오로지 가난을 면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이제 자식을 모두 유학 보내고 투자회사에서 퇴직한 강우는 60평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신을 뒷바라지한 누이에게 오히려 벽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투자했던 종목이 갑작스레 상장 폐지되는 바람에 직접 차린 광고기획사마저 문을 닫고 18평 아파트로 이사한다. 예순 나이에 아들과 손주를 돌보며 산동네에 살고 있는 누이는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며 모은 돈을 모두 강우에게 건넨다.

이런 전개로만 끝난다면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시선은 이들 남매의 애환과 성장사를 뛰어넘어 시대상까지 포착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하긴 그 시절에는 비단 그녀만이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역이나 용산역, 혹은 청량리역에 어정쩡한 가방이나 보따리 하나 껴안고 내려서 잔뜩 겁에 질리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던 시대의 여인 대부분이 그와 비슷한 사연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40쪽)

실제론 ‘누이’가 없기에 자신이 성장했던 시대의 모든 여성들을 ‘누이’로 삼고 싶었다는 김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누이가 없어서 살아오는 내내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난 듯했습니다. 그런 날이 있으면 누이를 만나보세요. 마주 앉아 따뜻한 차라도 한잔하면서요. 미워하려 애쓰던 마음이 누그러질지 혹시 압니까.”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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