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박종평] 임진년에 생각하는 이순신 리더십

[시론-박종평] 임진년에 생각하는 이순신 리더십 기사의 사진

올해의 상황은 420년 전 임진년을 떠올린다. 세계 곳곳에서 리더들이 평가받는 선거의 해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등장했고, 우리나라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러시아 대통령선거, 중국 5세대 지도부 선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줄을 잇는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도 시한폭탄처럼 여전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남북의 긴장이 첨예한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다. 생각하는 리더라면 이순신이 일기에 수없이 쓴 것처럼 밤새 잠을 뒤척일 일들이다.

420년 전 4월로 되돌아가면 극적인 두 장면이 보인다. 이순신은 1592년 4월 12일 일기에 “거북선을 타고 지자포와 현자포를 쏘았다”고 썼다. 1년 전에 전라좌수사로 부임해 전쟁을 철저하게 대비했었다. 아마도 그날 이순신은 시험을 하면서 불길한 예측이 맞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바로 그 다음 날인 13일, 왜군이 물밀듯 침략해왔다.

위기 때 백성과 함께 한 충무공

다른 한 장면은 30일 새벽에 서울에서 일어났다. 모든 백성의 어버이인 임금은 도망쳤다. 하늘을 찌르는 백성들의 슬픈 원망이 맺혀 터졌는지 비는 억수같이 내렸다. 남해의 푸른 물결을 힘차게 차고 가면서 엄청난 포를 쏘아대는 신기한 거북선, 그 뱃전 위의 위풍당당 이순신. 백성을 버려두고 허겁지겁 살길을 찾아 비 맞은 생쥐가 되어 도망하는 임금. 위기의 시대에 나타난 두 극단적인 리더의 모습이다.

이순신은 언제나 변방의 말직을 전전했다. 그러나 그가 자주 말했듯 ‘처음과 끝이 같은(終始如一)’ 충성심을 갖고 살았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자신의 업(業)에 충성했다. 그는 전투를 끝내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창을 베개로 삼자(枕戈).” 또 이렇게 다짐했다. 침략자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어적보민(禦敵保民)’을 하겠다. 보민(保民)의 방패가 된 이순신에 의해 일본의 침략은 허망하게 좌절되었다.

칼의 이순신을 넘어 수국(水國) 경영자 이순신, 백성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범벅된 백성의 벗 이순신의 모습은 더욱 감동적이다. 경영자 이순신은 ‘목마구민(牧馬救民)’을 부르짖었다. 전쟁이 급해도 백성이 먹고 살아야 하기에 나라 땅에 군마(軍馬)만 키울 것이 아니라 백성이 농사를 짓게 하자고 주장했다. 전쟁터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먹거리를 생산케 했다. 스스로는 물고기를 잡고, 소금을 굽고, 나무를 베어 팔아 군량미와 전쟁 물자를 샀다.

“한마음으로 힘을 합하라”

백성의 벗 이순신은 가장 천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고아와 전쟁미망인 등의 두려움에 떨며 초점을 잃은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애련한 정(哀憐之情)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는 ‘휼민어적(恤民禦敵)’을 주장하고 실천했다. 고통 받는 백성을 돕는 것이 나라를 침략한 적을 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모두가 잠든 밤의 이순신은 우리가 잘 아는 이순신이 아니다. 고독이 철철 넘쳐흐르고, 삶의 무거운 짐에 어깨가 짓눌린 한 중늙은이, 속으로만 피눈물을 흘리는 가련한 남자였다. 풍전등화 같은 나라, 병들고 굶주린 병사들, 전사한 병사의 가족들, 죽임당한 백성들, 떠도는 백성들, 늙으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위기는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라고 했다. 이순신과 같은 리더를 찾고 기다리기보다 모두가 스스로 준비해서 이순신과 같은 자기 자신의 리더가 되어야 하겠다.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은 이순신의 순결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항심(恒心)을 갖기를 바란다. 이순신은 전투를 할 때마다 말했다. “한마음으로 힘을 합하라(同心戮力).” 지금 필요한 지혜이다.

박종평 역사평론가 골든에이지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