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政黨 수난사
현재 독일은 강력한 경제에 수준 높은 사회보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몇 안 되는 선진국이다. 그 동력의 한 부분은 끊임없이 현실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킨 사회민주당이 맡고 있다. 독일 사민당은 136년 된 정당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원도 17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당은 분배와 평등 문제가 당내 논쟁을 초래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정당이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완전한 시장경제, 기업의 활동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의 편에 서 있다.
프랑스의 사회당,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 등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에 탄생한 근대정당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들은 탄생 때부터 이름조차 바꾸지 않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당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유권자로부터 사랑만 받은 건 아니다.
독일 사민당은 1차대전 이후 집권 시기에 ‘원조 포퓰리즘 정당’ 노릇을 했다. 패전으로 빚더미를 떠안은 국가 재정에 아랑곳없이 복지에 돈을 퍼붓다 나치 집권을 초래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을 제외하면 변변히 수권정당 노릇도 못 해봤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공화당,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을 겪은 민주당 등 미국의 양대 정당 역시 어려운 시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당 간판을 내리고 조직을 해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위기의 순간,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질적인’ 변신이었다. 정책을 바꿔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려 했다. 교조(敎條)라 여겨지면 기존 정책을 휴지통에 넣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창당 14년 만에 당 전체가 해체될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 이 당이 없어지면 1987년 군사독재 종언 이후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꿔온 우파 정당이 또 어떤 이름을 택할지 모르겠다. 야당도 이름 바꾸기의 귀재(鬼才)이긴 마찬가지다.
한국의 정당들이 간판을 바꾼 만큼이나 정책 손질도 자주 했는지 궁금해진다. 또 ‘이것만은 버릴 수 없다’는 당의 노선이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면서도 여당이나 야당 정강정책은 참 비슷한 구석이 많고 애매한 부분도 많다.
인기가 떨어지면 인물을 바꾸고 그것으로도 회복되지 않으면 당 간판을 내리는 일이 중요한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실.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리와인드해서 보는 듯한 이 장면들이 대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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