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서민정] 지금 청춘이세요?

Է:2011-12-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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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서민정] 지금 청춘이세요?

“지금 행복해?”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느닷없이 이 질문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당황하거나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다’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삶을 너무 비관하는 것 같고, ‘그렇다’라고 하기엔 왠지 실제의 자기 삶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표정의 변화가 재미있어 행복하냐는 질문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이를 알아챈 이들은 이제 질문을 받아도 표정 변화가 없다. 새로운 질문을 찾아볼 때가 됐구나 싶어 생각하던 중 신문기사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로또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한다는 기사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복권 총매출액이 연간 발행 권고 한도인 2조8046억원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남은 12월 한 달 동안에는 복권이 3000억원 이상 팔릴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복권 열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긴 하나 전혀 사그라질 기미도 없이 증가추세를 달려왔다니, 물이 가득 차 찰랑대는 위험 수위의 댐이 연상돼 새삼 놀랍다.

또 다른 기사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이나 노량진 공무원시험학원 등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림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고3 학생들이 직접 상담하러 오고 있고, 온라인과 전화 문의는 작년에 비해 50% 정도 늘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방도 실상은 서울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 두 기사는 다르지만 같은 내용이다. 불안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 물론 대학 진학과 취업을 앞둔 10, 20대 모두가 공무원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고 직장에서 자리잡아가려는 30대와 자식 뒷바라지 한참 해야 하는 40, 50대가 모두 복권을 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배낭여행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안 될 줄 알면서도 복권을 사는 그 심정은 모두가 이해한다.

미국의 새뮤얼 울먼(1840∼1924)은 78세 때 인생을 반추하며 지은 시 ‘청춘(Youth)’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라고 읊었다.

청춘의 동의어는 ‘나이 젊음’이 아니라 ‘사는 태도‘라는 시인의 말,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실제 그렇게 살려고 하는지이다. 이 시인의 삶도 실제 그러했는지, 아니면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 그렇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청춘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고 단정지으면 내 마음 한켠이 깊이 아릴 것 같다. 고로 나는 “지금 행복하세요?”를 대신할 새로운 질문을 찾은 것이다. “지금 청춘이세요?”

서민정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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