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송주명] 일본 헌법심사회와 개헌 논의
지난 20일 일본의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헌법심사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헌법심사회는 헌법이나 헌법과 관련된 기본법제에 대해 조사하고, 헌법개정원안 국민투표법안 등을 심사하는 국회기구다. 이 기구는 자민당이 공명당과 더불어 개헌절차를 현실화하기 위해 2007년 통과시킨 국민투표법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이 법이 완전히 효력을 발생한 2010년부터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이유로 위원추천을 거부해 구성이 미루어져 왔다.
대지진과 원전폭발의 재앙 속에서도 개헌론은 재부상할 것인가. 간(菅) 정권은 개헌논의를 금기처럼 피했다. 그러나 노다(野田) 정권은 법안처리의 원활화를 이유로 자민당 요구에 굴복했다. ‘법안’처리를 위해서 ‘헌법’을 양보한 셈이다. 물론 일본 국민들 대다수는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 개헌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심사회가 가동된 마당에 개헌 논의 일정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강력한 군사대국을 추구하면
개헌 논의의 초점은 1993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제9조 ‘집단적 자위권’의 회복문제다. 일본은 해외에서 ‘정당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무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문제에 대한 일본 정계의 입장은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사민당과 공산당, 그리고 민주당내 구사회당 세력의 일부는 ‘호헌’의 입장에서 집단자위권과 무력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세력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전후 평화주의의 중심을 형성했다.
둘째 냉전종결과 더불어 선구적으로 ‘재무장’을 주장했던 오자와의 ‘보통국가’ 구상이다. 오자와는 집단자위권이 없는 일본은 핸디캡 국가이며 이를 회복해야 보통국가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연합의 활동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종래 자위대와 구별되는 ‘유엔 상설대기군’의 창설을 주장했다. 이 입장은 현재 민주당 다수의 입장이다.
셋째 자민당의 공세적 집단자위권 회복 구상이다. 자민당은 해외전쟁에의 참가근거를 유엔 결의는 물론 미·일동맹상의 필요성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자위대를 정식 물리력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호헌론은 무력화되고, 개헌론이 훨씬 다수를 점하는 형국이 됐다.
현행 헌법을 최대로 해석해봐야 일본 자위대는 전투지역 후방에서 미군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자민당과 민주당 보수우파는 유엔 결의와 상관없이 미군과 함께 전 세계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을 원한다. 이것을 그들은 ‘보통국가’라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오자와의 보통국가론이 유엔에 구속된 집단자위권만을 인정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그들의 논리는 ‘보통국가’가 아니라 미국 영국과 유사한 ‘군사대국’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꿈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주변에 또 하나의 강력한 군사대국, 그것도 중국과 언제나 으르렁대는 위험한 군사대국을 두게 된다.
동아시아 평화를 해치게 된다
일본의 앞날이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일본의 보수우파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에 우려가 있다. 국내적으로 심각한 재앙과 혼란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보수우파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처방전’은 ‘강한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선동과 환상 주입이다. 노다 총리와 마에하라 정조회장 등 민주당 보수우파들도 자민당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논리를 갖고 있다. 그들은 자민당과 연합해 강한 일본을 지향하는 개헌론을 재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로의 부흥을 바라는 일본시민의 염원을 왜곡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 일본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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