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민심에 놀란 정치권… 선거전략 새판짜나
추석 연휴기간 동안 귀향 활동을 벌인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침울했다. 경기불황과 각종 물가상승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현실을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에 확인된 민심을 토대로 향후 정책과 입법 구상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아울러 총선·대선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각 당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질책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추석 민심으로 정치권의 친서민 정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 대책이 우선이다=의원들이 들은 추석민심에는 팍팍한 삶 때문에 고통 받는 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특히 너무 많이 오른 물가와 끝을 모르는 불경기가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민주당 이용섭(광주 광산구을)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서 ‘집권하면 보편적 복지를 확충해서 살 만하게 해드리겠습니다’고 했더니 주민들로부터는 ‘한가한 소리 허네… 지금 죽겄는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일자리가 없어서 고향에 못 내려오는 청년도 많았다”고 전했다.
추석 3일 전부터 지역구 내 재래시장을 돌며 인사를 했다는 한나라당 김선동(서울 도봉을) 의원도 “제일 많이 들은 소리는 ‘서민들 사는 게 너무 어렵다. 잘 좀 챙겨 달라’는 하소연이었다”면서 “또 ‘국회에서 제발 좀 싸우지 말고 서민을 위한 일을 좀 하라’는 따끔한 질책도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민주당 김유정(비례대표) 의원은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하는 분들을 만났더니 ‘이상기온 때문에 여름에는 너무 기온이 낮아 여름옷을 못 팔았고 추석에는 또 너무 더워 가을옷도 못 팔았다’며 울상이더라”고 전했다.
◇안철수 신드롬에 박근혜 대세론 흔들?=정치권을 강타한 안풍(安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한나라당 안형환(서울 금천) 의원은 “주민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장단점 분석도 하는 등 관심이 많았다”면서 “몇몇 사람들은 안풍이 박 전 대표가 정신 차릴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영민(충북 청주) 의원도 “주민들로부터 ‘안철수 보면서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안 원장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역에서는 경계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나라당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선 박 전 대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안 원장을 잘 모르면서도 ‘그 사람 여론조사가 왜 그렇게 높게 나오냐’ ‘박근혜는 왜 이리 약하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진복(부산 동래) 의원은 “안 원장을 박 전 대표와 경쟁대상으로 만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어떤 분들은 ‘안 원장이 부각되는 것을 보고 박 전 대표가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했다.
안풍의 영향을 의심하는 견해도 있었다. 한나라당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는 여전히 탄탄했다”고 했고, 민주당 백원우(경기 시흥) 의원도 “안철수에 대해 중·장년층은 잘 모르고 있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치 현안 관심은 낮아=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내년 총선·대선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미미했다. 한나라당 유기준(부산 서) 의원은 “아직은 총선이나 대선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당장 물가와 서민고통이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명규(대구 북갑)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나 대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야기도 별반 없었다. 한나라당 정태근(서울 성북갑) 의원은 “사람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안 했고, 심지어 야권 단일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더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순(서울 송파병) 의원은 “박 변호사가 정치 경험 없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서민 편을 들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며 “시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다”고 반박했다.
노용택 엄기영 유성열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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