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틈없이 달리는 ‘나가수’ 개그맨 매니저 얼굴 보면 자연스레 여유 찾게 되죠”
‘개그맨 매니저’ 지상렬이 말하는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엔 가수만 있는 게 아니다. 방송가에서 손꼽히는 ‘예능 선수’들도 있다. 이들은 매니저가 돼 가수와 동고동락하고, 프로그램의 ‘예능 분위기’를 지탱한다.
개그맨 지상렬(41)도 그 중 하나다. ‘나가수’ 성장 동력이 된 김건모 임재범이 ‘지상렬의 가수’였다. 지금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장혜진을 보좌한다.
원년 멤버 YB 김범수 박정현이 마지막 경연 녹화를 마친 다음 날인 지난 9일 지상렬을 만나기로 했다. 사실상 ‘나가수 시즌 1’이 끝난 시점, 가수들을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바라봤을 그로부터 지난 5개월 방송 뒷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듣고 싶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MBC 일산드림센터의 한 카페에 나타난 지상렬은 매니저 없이 혼자였다. 자리에 앉기 전, 그는 커피를 사겠다며 이렇게 물었다. “저는 ‘냉’(아이스 커피)으로 마실 건데 똑같이 ‘냉’ 하시겠어요?”
희한한 어법에 잠시 당황했다. ‘안습’(‘안구에 습기차다’ 줄임말)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낸 지상렬 식의 유머였다. “저도 ‘냉’ 할게요”라고 답하기까지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이런 개그, 그리고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이 TV에서 보던 것과 같았다. 두서없이 쏟아낸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는 모습엔 조금의 꾸밈도 없었다.
-가수들 ‘진짜’ 매니저가 있는 상황에서 지상렬씨가 맡는 매니저 역할은 뭔가요.
“그냥 ‘진짜’ 매니저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물병 하나 챙기는 것부터 인터뷰할 때 모시고 가는 것까지 다 하고 있어요. 가수의 진짜 매니저가 저 때문에 할 게 없다고 말할 정도예요. ‘연예인 지상렬’이라는 생각은 버린 거죠. 개그맨 매니저들은 가수들이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정류장 역할을 해요. 쉬지 않고 계속 달리면 과부하 걸리잖아요. 긴장을 하다가도 박명수씨 얼굴, 지상렬 얼굴 보면 자연스럽게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죠. 둘 다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방송 초창기 긴 머리를 잘라서 화제가 됐는데.
“7년 넘게 ‘상투머리’를 유지했는데, 매니저라면 깔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벌초’를 했죠(웃음). 다른 매니저들 역시 자신이 진짜 매니저라고 생각하니까 경연 결과 발표할 땐 가수랑 똑같은 심정이 돼요. 표정을 못 숨겨요.”
-매니저로서 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뭔가요.
“재범이형한테 ‘여러분’ 무대 앞두고 ‘중간에 내레이션 할 때 무릎 꿇고 해 보시라’고 주문하고, 그렇게 하기로 둘이서 약속까지 했어요. 실제 무대에서 했는데 반응이 확 왔죠. 정말 좋았어요. 혜진이 누나는 긴장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좋은 꿈 꿨다고 거짓말 한 적 있어요. ‘누나 저 어제 대통령 꿈 꿨어요. 금 밥그릇에 담긴 쌀밥을 대통령이랑 같이 먹었어요’라고(웃음). 매니저라면 가수한테 힘을 주기 위해 이런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해요.”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뭐였나요.
“(‘재도전 논란’이 불거졌던) 건모형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가 기억에 남죠. 둘이서 ‘이건 예능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여장하고 무대에 올라가 립스틱 바르는 아이디어까지 냈어요. 너무 앞서 나갔던 거죠.”
-김건모 임재범 장혜진 등 유독 고참 가수들 매니저를 맡는데.
“제작진이 연결 시켜주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 진짜 기분이 좋아요. 다들 ‘범털’이잖아요. 인생의 몇 수를 배우는 느낌이에요. 형님, 누나들한테 ‘오래 가셔야(살아남으셔야) 한다’는 말씀 많이 드렸어요. (떨어지면) 선물 한 가득 담고 온 산타클로스가 선물 안 주고 가버리는 거랑 비슷하잖아요.”
-김건모와 임재범, 두 명이 동시에 ‘나가수’ 복귀한다면 누구 매니저를 맡고 싶으신지.
“재범이형은 ‘나가수’에서 본인의 진가를 어느 정돈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건모형은 좀 덜 보여주셨으니 먼저 모시고 싶어요. 제가 개를 12마리나 키울 만큼 좋아하는데, 개는 첫 주인 안 잊거든요. 저도 첫 주인(김건모) 못 잊는 거죠. 제 모토가 ‘개만큼만 살자’예요.”
-올해로 데뷔 15년인데 연예계 입문한 걸 후회한 적 없나요.
“어릴 때부터 저는 이 길(코미디)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내비게이션’을 켰어요. 우연히 택한 일이 아닌 만큼 후회한 적은 없어요.”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때도 지금 얼굴이었어요(웃음). 담배 안 펴도 담배 필 것 같은 ‘몽타주’(얼굴)였죠. 인천에서는 ‘옷 잘 입는다’ ‘멋쟁이다’라는 소리도 좀 들었고요.”
-롤모델이 개그맨 주병진, 탤런트 이계인씨라고 들었습니다.
“병진이형은 무대 앞까지 몇 걸음에 가서 어디에 선 뒤 손동작을 어떻게 할 거라는 계산까지 세우는 분이에요. 저랑 (방송 스타일이) 다르지만 반드시 배워야 할 선배죠. 책으로 따지면 (고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보곤 하는) ‘해법수학’ 같은 분이죠. 계인이형은 정말 순수하세요. 오가피도 심고 개도, 닭도 키우면서 사시는데 나이 드셔서 그렇게 순수하게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정말 대단한 분이죠. ‘미래소년 코난’ 같아요.”
-‘1박2일’ ‘무한도전’ 초창기 멤버였는데 이런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걸 후회하진 않는지.
“제가 만약 결혼을 했다면 안 그만뒀을 거 같아요. 그런데 총각이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죠. (드라마 출연 등을 위해) 제가 선택해 했던 일이니 후회는 안 해요.”
-가장 자극이 되는 동료가 있다면 누군가요.
“강호동씨와 유재석이죠. 호동씨는 에너지가 있고, 재석이는 배려를 할 줄 알아요. 2∼3년 1등 하긴 쉬울 수 있어요. 그런데 두 사람처럼 10년 가까이 1등 지키면 박수쳐 줄 수밖에 없죠.”
-스스로 만든 신조어 중 가장 잘 만든 단어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당연히 ‘안습’이죠. 요즘에 만든 것 중엔 입담 좋은 사람한테 던지는 ‘너 오늘 혓바닥에서 와이파이 좀 터진다’인 것 같아요(웃음).”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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