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개화기 대표 사상가 5인
대표적 일본인/우치무라 간조/기파랑
일본이 개항한 건 1853년이다. 강제였으나 문을 연 뒤 서구를 닮으려는 일본의 열의는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대의제를 공부하고, 산업을 배우고, 학문을 들여왔다. 반세기 가까운 열렬한 학습의 시대를 통과한 19세기 말. 일본 지식인은 드디어 자신을 말하고픈 욕구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서구 문물을 수입하기만 하던 일본 사회에 할 말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 일본인(Representative Men of Japan·1894)’은 일본이 그토록 짝사랑했던 서구를 향해 일본 사회가 내놓은 첫 발언 같은 책이다. 일본이 자랑하고 싶은 일본, 일본이 생각하는 일본의 모습이 책 속에 구체화됐다. 역시 영어로 발표된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Bushido-the Soul of Japan·1900)’와 ‘차에 관한 책(the Book of Tea·1906)’도 ‘대표적 일본인’의 연장선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일본 문화와 정신을 알리는 교과서로 회자됐던 일본학의 고전들이다.
특히 ‘무사도’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애독자라고 해서 유명해졌다. 특이하게도 세 책 모두 해외용으로 출간됐다가 일본에 역수입돼 인기를 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용 책이 후대에 일본 젊은이용 교육 도서가 된 셈이다.
‘대표적 일본인’이 다루는 대표 일본인은 에도 말기 최고의 개혁주의 다이묘(영주)로 칭송받는 우에스기 요잔(1751∼1822)과 농업 혁신가 니노미야 손토쿠(1787∼1856), 유학자 나카에 도주(1608∼48) 등 5명이다. 한국 독자를 불편하게 할 인물은 첫머리에 둔 사이고 다카모리(1827∼77)일 듯하다. 정한론을 폈던 인물로 저자는 ‘조선에 사절단을 파견한 뒤 사절단이 모욕을 당하면 이를 핑계로 조선을 정복해 버리자’고 제안했던 사이고를 높게 평가했다. “동아시아 정복이라는 사이고의 목적은, 당시의 세계 정세로 볼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중략) 사이고에게는 어쨌거나 일본이 동아시아의 지도자라는 일대 사명감이 있었던 것으로 비쳐진다.”
저자인 우치무라 간조(1861∼1930)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로 국내에는 러일전쟁에 반대한 반전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내놓은 인물평이어서 더욱 의외다. 누구든 정신의 국경을 넘는 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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