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현동] 保身 위해 國富 버리다

Է:2011-05-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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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박현동] 保身 위해 國富 버리다

“접시 깰까 두려워 설거지 않는 것이 설거지하다 접시 깨는 것보다 더 나쁘다”

무책임하다. 비겁하다. 염치까지 없다. 금융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수장은 김석동 위원장이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던 소신과 용맹은 어디로 갔는가. 저축은행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금융감독권은 아무에게나 주자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던 그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강도 높은 질타를 하고, 범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이후 나온 발언으로, 보기에 따라선 항명으로 비쳐질 만하다.

김 위원장의 용맹과 소신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매듭짓겠다고 밝혔었다. 금융위의 유보 결정이 나오기 사흘 전인 지난 9일에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믿었다. 좌고우면하지 않은,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을 했던 그였기에. 하지만 판단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무슨 연유가 있는지는 모르나 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시장에 거짓 신호를 보냈다. 기관의 신뢰는 기관장의 신뢰에서 나온다. 소신을 버릴 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의 해명이 애처롭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파기환송심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관련한 법률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란다. 파기환송 결정은 이미 지난 3월에 내려졌고, 법적 논쟁은 매각 초기단계부터 있었다. 즉 돌발변수가 아니다. 상황변화는 없었고, 오로지 입장변화만 있었다는 이야기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 아니다. ‘적격’이든 ‘부적격’이든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먹튀’를 도왔다는 것을 우려한 모양인데 이익에 대해 정당한 과세를 하면 될 일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2003년부터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미 본전을 뽑은 론스타는 느긋하다. 앞으로도 배당금 챙길 일만 남았다.

이 즈음 외환은행은 어찌 돌아가고 있을까? 지점 곳곳에 각종 붉은 구호가 어지럽게 붙어 있다. 직원들은 투쟁구호가 적힌 리본을 달았다. 정치권에서 배운 것인지 ‘국민’을 들먹인 구호도 보였다. 벌써 몇 달째다. 도대체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이 맞는지 헷갈린다.

경영 상태는 어떤가? 외환은행의 지난 1분기 순이익(1986억원)은 전년 동기(3182억원)보다 37% 줄었다. 다른 은행들이 같은 기간에 순이익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 측은 특별성과급 200%를 포함해 35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물론 이 중 150%는 정기상여금이다. 460억원이 소요됐다. 이익을 냈기 때문이라지만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하이닉스 지분매각과 삼성생명 상장으로 얻은 특별이익이다. 장사를 잘해서 번 돈이 아닌 것이다. 기업가치(주가)는 1년 전에 비해 뚝 떨어졌다. 저축은행 사태도 모럴 해저드에 빠진 경영진과 직원, 무책임한 감독당국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저러다 대형사고라도 잉태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오로지 옳기만 한 정책은 존재하기 어렵다. 정책은 최선의 선택을 찾는 과정이고, 경우엔 따라선 최악을 피하는 것이 정책이다. 단기 효과가 필요할 때도 있고, 장기 대책이 요구될 때도 있다.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선택의 시기도 그에 못지않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과 관련한 금융위의 처신은 이도저도 아니다. 무소신, 무능을 넘어 한심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감사청구, 청문회, 검찰고발 운운하며 금융당국을 위협한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항간에서 우려하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면 걱정이다. 공무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책결정을 미룬다면 나라는 어찌 되는가. 만에 하나 레임덕의 결과라면 더 위험하다. 접시 깰 것을 두려워해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은 설거지하다 접시 깨는 것보다 더 나쁘다. 이번 결정으로 얻은 것은 ‘보신(保身)’이요, 잃은 것은 ‘국부(國富)’라는 지적이 나오는 걸 모르는가. 그야말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현동 편집국 부국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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