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99)
쌩츄어리(Sanctuary)/콩밭에서 쉬다
막국수집이 즐비한 강원도 춘천 샘밭의 들머리에 동생이 두부 집 개업을 하려고 집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궁금해서 들렀더니 동생은 저더러 가게 이름을 지어달랍니다. 업이 목사다 보니 교우들의 새로 태어난 자녀 이름을 짓거나, 가게를 내는 이들의 상호를 짓는 일이 종종 있어서 그랬을 거고, 칠남매의 장남이니 의당 아우는 내게 그런 부탁을 했을 터입니다. 요즘은 점점 음식점이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휴식 공간’으로 의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밥’도 생명이 아니라 ‘쉼’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거죠. 과거에는 배불리 먹는 게 잘 먹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인사도 “식사 하셨어요?”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잘 먹었냐’는 인사보다는 ‘잘 쉬었느냐’가 인사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안개가 끼는 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기후와 관계된 인사를 한답니다. ‘굿 모닝!’ ‘좋은 아침!’하고 말입니다. 반면 프랑스의 인사는 ‘봉주르’입니다. 프랑스는 영국처럼 아침 인사 즉 ‘굿 모닝’ 따위는 없습니다. 불문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모로코에 사는 둘째 딸의 말에 의하면 ‘봉’ 은 ‘좋다’, ‘주르’는 ‘낮晝’이란 뜻이랍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향략적이기 때문에 밤에 진탕 놀고 늦게야 일어나서 눈을 뜨면 한낮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굿 모닝’이 아니라 ‘좋은 대낮’이랍니다. 프랑스에서 새벽같이 일어나는 여자는 하녀거나 창녀라고 오인을 받는다는군요. 물론 옛날의 이야기겠습니다만 말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아테마니앙’이라고 한답니다. 그건 ‘내일’이란 뜻이랍니다. 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는 국민성을 보여주는 인사죠. 모든 걸 내일로 미루고 사는 거죠. 그래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브라질에서는 기차 시간표가 없다나 뭐라나! 사업을 하느라고 몽골을 드나드는 친구에 의하면 몽골의 인사는 ‘당신네 가축이 얼마나 컸습니까?’랍니다. 황량한 벌판에서 짐승에게 정을 붙이고 살아가는 환경에서 비롯된 인사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정리가 되어가는 가게의 안팎을 보고 나오다가 내가 두부 집 상호로 생각한 게 ‘쌩츄어리Sanctuary/콩밭에서 쉬다’입니다. 어떻습니까, 두부요리 집 상호로 말입니다. 춘천에 오시면 ‘콩밭에서 쉬다’ 가시길 바랍니다. 인류의 발원도 ‘안식’에서 시작되니까요.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 2:2)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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