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아버지의 책 ‘욥기’ 어머니의 책 ‘잠언’
욥기를 읽어보면 이상하게도 욥의 아내의 역할이 미미합니다. 온갖 고난을 당하여 괴로워하는 욥에게 그의 아내는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욥 2:9)는 악담을 퍼붓고는 사라져 버립니다. 이후 욥의 아내는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욥기의 결론인 42장을 보면 욥은 잃었던 모든 것을 다시 회복합니다. 재산을 회복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자식들도 회복합니다.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다시 얻은 열 명의 자식들을 누구에게서 낳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새로 낳은 자식들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욥이 본래의 아내와 다시 합한 것인지, 아니면 새장가를 들었는지 욥기는 밝혀주지 않습니다.
욥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인 욥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자식들이 생일잔치를 벌인 후에 다음 날 자식들을 한 명씩 데려다가 하나님 앞에 번제를 드리는 일도 아버지의 몫입니다(욥 1:5). 욥기는 아버지의 신앙 행적이 담긴 ‘아버지의 책’입니다.
그런가 하면 잠언은 주로 어머니의 교훈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아버지의 교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잠 4:3) 대부분 어머니의 가르침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잠언의 결론인 31장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르무엘 왕의 어머니’와 ‘현숙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두 훌륭한 신앙의 어머니들입니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 분인지, 아버지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현숙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는 아버지가 등장하긴 하지만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어머니는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모든 일에 관여합니다. 잠언은 철저하게 어머니의 신앙과 덕행으로 엮어진 ‘어머니의 책’입니다.
욥의 아내가 악처로 등장하는 것은 욥기가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고, 잠언에서 아버지가 한량처럼 보이는 것은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려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욥기와 잠언은 같이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훌륭한 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히브리어 성경의 순서를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우리말 성경은 ‘욥기-시편-잠언’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불을 덮고 주무시는 그 틈새에 막내아들이 살며시 들어와서 누워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성경은 ‘시편-욥기-잠언’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평화롭게 잠이 든 막내아들을 옆으로 누인 다음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란히 손을 잡고 다정하게 누워 있는 형상입니다.
욥기와 잠언을 ‘함께’ 읽으면서 “내 아들아 네 아비의 명령을 지키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잠 1:8)는 말씀을 가슴에 새겨봄 직합니다.
오종윤 군산 대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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