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동수] 제2, 제3의 김하중 왜 안나오나

Է:2011-05-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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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박동수] 제2, 제3의 김하중 왜 안나오나

“준비되지 않은 인물을 주중대사로 임명해온 관행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요즘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정부 들어 주중대사가 빈번히 바뀌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속사정이 있다지만 3년여 만에 세 번이나 대사를 교체한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납득키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관들도 “대중외교는 지위보다 인맥으로 이뤄진다” “인간적 친분과 신뢰가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외교관계의 질이 달라진다”며 우려를 표한다.

그래서 이들은 김하중 제5대 주중대사를 자주 입에 올린다. 김 전 대사는 역대 최고의 주중대사로 꼽힌다. 그는 2001년 9월 김대중 정부 때 대사에 임명돼 노무현 정부 때도 바로 교체되지 않고 2008년 3월까지 대사직을 수행, 2350일을 재임했다. 역대 최장수 주중대사 기록이자 정부 수립 이후 해외에 파견된 직업외교관 중 최장수 대사 기록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김 전 대사는 중국 외교부의 여러 기록을 깬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가 2001년 9월 10일 주중대사로 내정됐을 때 중국 정부는 1주일 만에 아그레망을 부여했다. 그리고 부임한 지 이틀 만에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이는 중국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중국 외교부는 외국 대사가 부임한 뒤 6개월 내에만 개최해주면 되는 환영만찬을 신임장 제정 다음날 바로 열어줬다. 이 또한 외교가의 화제가 됐다.

김 전 대사가 이런 파격적 대우를 받게 된 배경엔 그의 중국 인맥들이 있다. 중국 외교부를 비롯한 요로에 포진해 있던 ‘절친’들이 대사로 부임한 그를 열성껏 챙겨주었던 것이다. 이들은 김 전 대사가 6년 반이 넘는 재임기간을 보내는 동안 한·중 간에 일어난 숱한 현안들을 처리하는 데도 큰 힘이 돼 주었다.

김 전 대사의 이 같은 ‘성공’은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다. 그는 일찍부터 중국 외교관에 뜻을 두고 서울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는 한·중 수교란 꿈도 꿀 수 없던 시절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필이면 왜 중국문학을 공부하느냐고 질문해 오면 그는 “30년 정도 지나면 수교할 테니 그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외교관이 된 후에도 모두가 선망하는 미국 근무를 마다하고 중국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일본 근무를 자청했을 정도로 ‘차이나 스터디’에 매달렸다. 한·중 수교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중국 인맥의 폭을 넓히게 된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가 중국 주요 인사들과 신뢰를 쌓게 된 또 다른 비결이 있다. 그것은 ‘중보기도’였다. 그는 1995년 주중 정무공사 시절 알고 지내던 중국 친구들을 위한 중보기도 명단을 만들었다. 20여명이 리스트에 올랐다. 이 숫자는 주중대사가 됐을 때 40명으로 늘어났고 6년반 뒤 통일부 장관이 돼 중국을 떠날 때는 80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어떤 친구의 경우엔 15년여에 걸쳐 1만번 이상의 중보기도를 했다고 그는 저서 ‘하나님의 대사’에서 회고했다. 이렇게 기도로 맺어진 인연이 한·중 관계 발전에도 큰 플러스가 됐음은 물론이다.

김 전 대사의 퇴임 후 한·중 관계는 더욱 중요해졌다. 연간 교역액 2000억 달러, 오가는 양국민만 매년 600만명을 넘는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중국의 협조도 절실하다.

하지만 김 전 대사 이후 그에 필적하는 주중대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중국을 잘 모르는 인물들을 ‘실세’라는 이유만으로 임명해온 탓이다. 류우익 제8대 대사가 중량감에도 불구하고 재직기간 대중외교에 고전한 것은 시사적이다. 그의 후임에 커리어 외교관이 내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언제 또 국내 정치적 요인에 따라 주중대사 자리가 춤을 추게 될지 알 수 없다.

제2, 제3의 김하중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정부 내에 중국통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중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외교의 업그레이드는커녕 언제 또 ‘상하이 스캔들’ 같은 국제적 망신거리를 자초할지 모른다.

박동수 카피리더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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