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石工이 새긴 가족사랑

Է:2011-05-04 17:40
ϱ
ũ
[고궁의 사계] 石工이 새긴 가족사랑

경복궁 근정전 월대에 새겨진 동물상은 자금성에도 없는 조선의 독특한 조형물이다. 돌짐승의 부류는 세 가지다. 근정전 기단에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四神)이 모였다. 난간에는 십이지신이 호위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개와 돼지가 빠져있다. 해설사들은 “개돼지보다 못한 놈”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농을 친다.

가정의 달에 애틋하게 다가서는 것은 나머지 서남쪽 모퉁이의 돌출된 동물상이다. 부부로 보이는 동물이 새끼를 데리고 있다. 하나는 옆구리에 끼고, 다른 하나는 품에 안았다. 석공이 새긴 가족사랑으로 보인다. 동물 이름은 분명치 않아 통틀어 서수(瑞獸)라 부른다.

일찍이 실학자 유득공이 이 동물을 개(石犬)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경복궁을 찾은 그는 “무학은 ‘남쪽 왜구를 향해 짖는 바, 개가 늙으면 새끼로 하여금 그 일을 계속하게 한다’고 했는데, 임진년 병화(兵禍)를 막지 못한 것이 어찌 석견의 죄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묻고 있다. 정말 황당한 면피가 아닐 수 없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