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건보재정] 의료권력·제약업체 통제 못하니… 만만한 국민만 ‘봉’

Է:2011-05-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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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건보재정] 의료권력·제약업체 통제 못하니… 만만한 국민만 ‘봉’

주부 정모(35)씨는 세 살 된 딸이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다 올 때마다 약을 한 움큼 받아온다. 항생제까지 약 종류는 네 가지가 기본이다. 약국에선 “식후 30분 복용. 항생제는 냉장 보관”이라는 말만 듣는다. 정씨는 두 달 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여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네 바늘 정도 꿰매기도 했는데, 본인부담금만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정씨는 “쓸데없이 약 처방이 많은 것 같고, 약국 복약지도는 엉터리”라며 “내가 낸 국민건강보험료가 줄줄 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대책의 대부분이 건보료를 내는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 피부양자로 오른 고액 재산가의 무임승차를 막고, 고소득자가 건보료를 더 내게 하는 것들이다. 보험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긴 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정씨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건보료 낭비 요소는 방치한 채 통제하기 쉬운 국민만 채근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는 병·의원의 과잉 진료를 막고 약품비를 절감하는 데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는 등 건보료 지출 통제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당장 이달부터 자기공명영상(MRI) 29.7%, 컴퓨터단층촬영(CT)은 14.7%, 양전자단층촬영(PET)은 16.2% 등 특수영상장비 수가를 대폭 인하한다. 수입액 자체를 줄어들게 만들어 병·의원의 과잉 촬영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보 지출 통제 대책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약품비 절감 대책 중 하나인 ‘기등재 의약품 정비 사업’의 경우가 그렇다. 2006년 12월 시행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전에 보험급여 대상이 된 의약품을 효능 대비 경제성을 모두 따져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품목별 최고가의 80%가 넘는 약품만 강제로 80%로 낮추는 수준에서 올해 안에 끝낼 예정이다. 8000개가 넘는 약품 하나하나의 가격 적정성을 재산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품 실거래가를 조사해 약값 인하를 꾀하는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부는 지난해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다음달부터 627개 의약품 가격을 인하할 예정인데, 인하 폭은 평균 0.68%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지출 통제를 강력히 추진하려고 해도 의료기관과 제약업체의 반발이 거세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부터 시행되는 특수영장장비 수가 인하에 맞서 병원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내고 강력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건보 지불제도 개선 의지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1일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 원칙을 들며 총 진료비를 거시적 차원에서 통제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보다 의료 권력, 제약 산업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과잉 진료와 과잉 처방 등의 지출 낭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질병별로 총 진료비를 제한하는 포괄수가제를 확대하거나, 의료비 총액을 미리 정하고 그 한도 안에서 건보료를 지급하는 총액계약제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건보 안정화는 재정 수입 측면이 아니라 지출 측면인 공급자에 대한 통제가 절실하다”며 “무엇보다 정부는 미납한 건보료부터 당장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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